-
-
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안드레 애치먼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표지부터 선명한 듯한, 희미한 듯한 번진 무늬가 돋보이는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의 "템포(Tempo)"는 엘리오의 아버지인 새뮤얼이 아들 엘리오를 만나러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미란다라는 인물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장의 "카덴차(Cadenza)"는 엘리오와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미셸이라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장 "카프리치오(Capriccio)"에서는 올리버가 에리카와 폴이라는 인물과 함께인 모임에서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마지막 4장 "다 카포(Da Capo)"에서 드디어 엘리오와 올리버가 만나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이유는 당연히 전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 덕분이다. 멜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살면서 멜로 영화를 다섯 번은 보았을까 싶을 정도로 드문데 이 영화는 재작년 개봉했을 때 미루고 미루다가 막을 내리기 이틀 전에 결국 보게 된 영화이다. 하루 전에 또 가서 보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를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보고 나서 굉장히 마음이 울렸다. 퀴어 영화라는 특이한 집합에 속하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아닌, 그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틋한 사랑 영화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빠져들고, 사랑하고 그리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보았던 것 같다. 결국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책 또한 접하게 되었고 책을 읽는 내내 눈앞에 영화 장면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파인드 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열일곱 살이었던 엘리오가 거의 두 배의 나이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오뿐만 아니라 올리버 또한 서로를 잊지 않았다는 점이 나에게는 또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점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이렇게 누군가를 오랫동안 그리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1장에 엘리오의 아버지 이야기로 시작하는 점 또한 새로웠으며, 본격적으로 2장에서 엘리오의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미셸이라는, 올리버와의 관계처럼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을 만나 또다시 애틋함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리버를 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애틋함을 만들어냈다. 3장에서는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3장 속의 '나'가 누구인가 싶었는데 올리버의 이야기였다. 이 또한 새로웠다. 왜냐하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엘리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에 올리버의 마음이 진심인지, 또한 어떤 마음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정을 꾸렸지만 올리버 또한 엘리오에게 올리버만큼이나 엘리오가 잊을 수 없는 존재였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서로를 오랜 시간 동안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는 점이 또 한 번 마음을 울렸다.
글을 꾸미는 것에 서툰 나로서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냥 쓰는 것이 아닌, 주인공의 감정을 담아서 쓰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으며, 전작만큼의 감동이 다가오진 않았지만 이번 <파인드 미> 또한 영화로 제작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