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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평점 :

어릴 때부터 냄새를 맡는 것에 흥미가 컸다.
특이하게도(?) 가죽 냄새를 좋아했고, 휘발유 냄새를 좋아했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이러한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옷 만큼이나 향을 입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중학생 때부터 향수를 사기 시작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역시 종종 향수를 산다.
여러 가지 향수를 접하다 보니,
향조에 관심을 두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 어떤 항료로부터 나왔는지도 분석해보곤 하는데,
세상에는 정말 많은 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향이라고 할 수 없는, 냄새라고 해야 맞는 것들도 많고,
코가 굉장히 예민한 기관이라는 특성 상 똑같은 향료여도 저마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제목부터 참 느낌이 좋다.
코끝의 언어...저마다의 언어로 나를 드러내지만 후각은 말이 없다.
대신 냄새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트라우마를 불러내기도 한다.
생각보다 강력한 후각의 힘은 이 책을 통해서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인식하는데에 후각을 비롯하여 청각과 시각을 사용한다.
청각과 시각같은 경우에는 직접 인식할 수 없다면,
녹음을 해서 들려줄 수도 있고, 촬영을 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후각은 직접 맡지 않는 이상 전달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51가지 냄새 이야기를 들려주기 앞서 코라는 기관과 냄새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후 장미, 초콜릿, 소나무 등과 같이 향기로운 냄새와
두리안, 스컹크, 담배 등 다소 맡기 버거운 냄새들이 등장한다.
또한, 살, 성자의 향기, 멸종된 꽃 등 다소 설명하기 힘든 냄새들도 등장한다.
단순히 이것은 어떤 냄새다 라는 식의 설명이 아닌,
그 냄새에 담긴 일화, 유래 등을 설명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냄새라 하더라도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기도 하다.
냄새는 단순히 어떠한 것이 지닌 것을 넘어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어떠한 의식을 치룰 때 항상 제단에는 향이 피어오르고 있고,
괴테, 모짜르트 등의 천재 예술가들의 영감을 키우는데에도 향이 한 몫 한다.

이처럼 코끝의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해석을 낸다.
똑같은 향수여도 누군가에게는 여행 중 묵었던 숙소의 향기로운 목재 냄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중년 아저씨가 뿌릴 것 같은 머리아픈 냄새가 되기도 하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인생 향수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체 냄새라는, 섬뜩한 표현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을 넘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냄새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아득한 상상을 보다 더 선명하게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