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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나의 비행은 멈춰도, 당신의 여행은 계속되길
우은빈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평점 :

2020년 시작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잠잠해지기가 무섭게 변종의 발견으로 계속되고 있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너무나 그립다. 많은 업계에서 재정적인 타격을 많이 받았지만, 특히나 관광업과 항공계는 더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늘길이 닫히고 격리되고 고립되는 이러한 상황에 여행은 고사하고 어느 누가 해외 출장 일정을 잡고 비즈니스 미팅을 대면하려고 할까?

이 책은 저자가 10년간 승무원 일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승객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우은빈은 일본 항공사와 국내 항공사에서 10년 가까이 승무원 일을 하며 많고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고 승객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서비스 정신이 타고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쫓기듯 사퇴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승무원으로서의 삶과 당시 만났던 승객들과의 일화를 추억하고 있다.
나에게 승무원은 너무나 멋지고 예쁘고 감사한 존재이다. 땅에 두 발을 디디고서도 비상사태가 생기면 대처하기가 어렵고 힘든데, 그 높은 상공 위에서 모든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비스직으로 예쁜 미소와 나긋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일을 하며 해외를 많이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승무원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잘못된 잣대를 받으며 준비하고, 장기간 비행의 피곤함을 항상 겪으며, 감정 노동의 거의 끝판왕인 직업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저자의 여러 일화로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연착, 지연 등 짜증 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승무원을 배려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승객의 일화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배려할 줄 아는 아량과 용기에 감동했다. 반면, 남의 생명을 무시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승객의 일화에서는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고?"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다 화가 났다.

나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 해외여행을 적게 한 것이 아니라서 비행기도 자주 타곤 했는데, 저자와 같은 승무원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경계를 풀고, 웃음과 여유를 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더군다나 비행기 안에서는 바쁜 비즈니스 일정을 마치고 노곤한 몸으로 비행기를 탄 승객도 있을 것이고, 예민하고 날카로운 승객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승객에게 괜히 말을 걸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위험(?)이 도사리는 와중에도 이러한 용기를 발휘하는 저자의 모습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항상 서비스 정신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프로 정신을 발휘하는 저자의 모습에서는 "정말 승무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일화가 끝나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은 귀엽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에 실린 부록에는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다!」 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비행기의 어떤 자리가 가장 좋은지, 출입국 신고서를 나눠줄 때 승객의 국적에 맞는 언어는 어떻게 고르는지 등 평소에 궁금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었던 이러한 질문들에 명쾌한 대답을 달아줌으로써 일화로 인한 감동뿐만 아니라 궁금증 해결까지 얻어 간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승무원이라는 하나의 직업으로 살면서 진상 승객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매너리즘도 겪었을 법한데 참고 견디며 사무장 자리까지 올라 많은 승무원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 저자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늘에서의 삶처럼 땅에서도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승무원이라는 조금 특별한 삶의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