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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삐리릿.....느닷없이 울리는 문자메세지를 보았다. 내 친구가 감동이라는 말과 함께 읽어보라며 추천한 책... 주변에 누구에게 물어봐도 아는 이 하나없고... 제목을 보아하니 그다지 어려울 책도 아닌듯해 학교 도서관 신간코너에 꼽혀있는 책을 훑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빌렸다.
이진선이라는 사회주의 혁명운동가의 1938년 부터 시작된 그의 60여년에 걸친 삶을 일기로 낱낱히 적어내 당시의 사회상과 더불어 자신의 마음까지도 고백하고 있는 책이다. 아침에 한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늘어진 호화 고층아파트를 앞에두고 한강 둔치의 잔듸밭에서는 노숙자들이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집.이.라.는.건.무.엇.일.까
어디하나 갈곳없는 노숙자, 그들은 자본주의의 희생양이기도 하면서 사회악이기도 한다. 과연 그들의 삶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재생가능한 것일까? 자유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숱하게 버려진 저들은.. 그리고 이런 값싼 동정을 하며 그들 사이를 달리고 있는 나라는 건 얄팍한 지식으로 그들을 가위질하면서 이념을 운운하는 파렴치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인간과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자본이 될 수 있겠냐고 말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다는 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말들이 단순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실천이성을 운운하며 행동하기란 그다지 쉬운일만은 아니다.
자신도 추스리지 못한채 술잔을 기울이며, 사회를 운운하는 건 어찌보면 부르주아적인 사고가 아닐까? 사회가 먼저인지... 아니면 인간이 먼저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공존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혁명하기위해 전선으로 뛰어드는 아버지에게 4살박이 아들 서돌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하시는 게 무언지 다 알아요.' '그래..그게 뭐지?' '혁명이요.' '그래? 그럼 혁명이 뭔데?' '우리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것이요.'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집이라는 건 완성된 이념과 행동으로만 세울 수 없다. 위대한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념과 행동이 원동력이라면, 위대한 사랑이란 추진력이다. 극 중 이진선이 처음 결혼하는 여린이라는 여자와 최진이라는 운명의 여인 그리고 조국에 대한 위대한 사랑..
적어도 이 책에서 만큼은 이데올로기는 중요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는 무엇을 만들어 주는 요인은 아닌듯싶다. 그 대상에 대한 위대한 사랑 뿐....
조깅을 마치면서 나름대로 내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히 내 삶과 미래에 대한 위대한 사랑없이 하루하루를 소모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선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더 많이 뛰어본다. 왠지 부족한 내 자신에게 채찍을 가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