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관리의 과학적 근거 로운 known 2
이창배 외 지음 / 지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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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로 인해 지나치게 건조하고 뜨거워지는 지구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규모가 큰 산불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4월 초에도 불에 탄 규모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역대 최고 규모였다는 인왕산 화재가 있었다. 인왕산을 병풍 삼아 지어진 친구네 집에선 불길이 보였다고도 했고, 그 주 말 은평구와 마포구 등 내가 주로 오가는 동네들에선 한강 물을 바쁘게 퍼다나르는 헬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저 먼 터키, 호주,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해, 울진, 삼척, 강릉에서의 산불 소식을 듣고 보면서 피해 지역의 이재민과 죽어가는 동물들에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내 코 앞에서도 큰 산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날이었다. 또 그 날은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의 직접 피해자가 도시민인 나는 아닐 거라는 나태한 마음이 있었던 것도 발견한 날이기도 했다. 초중고등 교육을 교가에 '삼각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학교에서 받고 지금도 북한산 자락이 지척인 동네에 살면서도 나는 아닐 거라는 도시민이 가진 어줍잖은 특권 의식.


그런 시기였기에 인스타그램에서 <산불 관리의 과학적 근거>라는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봤을 때 당장 서평단을 신청했다. 책을 받아본 날 공저자가 20명이나 표기된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공저자 수에서 짐작 가능하듯, 이 책은 서사가 있다기 보다는 잘 짜여진 목차를 바탕으로 산불의 정의와 종류, 산불 피해 방지와 복원, 산림정책 등 산불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총망라한 '240페이지 가량의 '산불' 위키피디아 페이지'같다. 흡사 책을 읽고 어떤 감상이 들게하기 보다는 산불에 대해 해당 분야 미전공자인 독자들의 산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산불 피해 예방과 산불 후 복원에 동참하도록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설득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가령, 나같이 산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독자는 가을 이후 떨어지는 낙엽들이 그 자체로 모두 썩어 산의 비료와 영양화에 도움이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낙엽들이 원료가 되어 지표면에서의 화재 확산 원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불 이후 이를 '복원'하는지 '복구'하는 지에도 큰 관점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전자는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초점을 두고 산림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함께 고려하는 등 산림이 자연/인공 회복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이며 후자는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중점을 두어 산림을 피해 이전 상태로 되돌리거나 인간에게 더 나은 상태로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산림 복원/복구 과정에서 소나무를 주로 식재하는 것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아직 전문가들이나 환경 단체 의견이 분분한만큼 더 공부해보고 싶었던 지점이다.


산불에 대해 공부하거나 이해하지 않아도 될만큼 우리가 산불로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산불과 우리의 , 지구의 건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 1 목표여야 하겠으나 이미 인간이 스스로 앞에 당겨온 기후위기가 당장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상태 지구에서의 살아가기 위한 적정한 대응도 중요하기에 산불을 시작으로 적응의 지식/기술을 차차 늘려 가야 겠다는 생각을 씁쓸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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