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풍경처럼 아름답지만 조금은 쓸쓸한 문체로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처럼 속속들이 표현했던 섬세함이 가슴을 울렸다. 전지적작가시점의 백미라고 말하고싶을 정도로 각 인물들의 시각과 심리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시도가 신선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무심코 던진 농담한마디에 꿈과함께 인생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내 존재란 영악하게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고싶어하지 않는 실제의 나에게 무표정하고 잔인하게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나즈막이 일러주는 듯하다. 세상이 나를 이해해주기전에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 이로우리라고. 어긋나는 관계속의 아픔이 없다면 그토록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을까? 야누스처럼 실제 혹은 내면의 많은 것들은 두얼굴을 가지고 있다. 모두 이해할 순 없어도 그런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게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미건조함과 시련을 한순간의 축복으로도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 인간이란 이렇게 불합리하면서도 묘한 존재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계기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문구를 지은 사람이 썼기 때문이다. 작가는 원하는 글을 쓰기위해 영원을 쥐어짠다고 하던데 '농담'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까? 많은 고뇌를 하면 이렇게 멋진 표현들이 나올까? 아마도 재능이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면서 구지 이해하거나 되새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만큼 짜임새에 독자를 위한 배려가 있다는 얘기다. 작가의 개성을 배려라 착각하는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