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의 나라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남명수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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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행동이나 삶의 방법을 명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는 개인과 사회가 맺는 방식의 상호관계와 거리를 재는 아주 좋은 체온계이다. 이 체온계를 사용해서 일본의 역사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사회학적 '작전'이다."(한국어판 서문에서) 

개인과 사회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개인이 사회를 변혁시키기도 하고, 사회가 개인을 변화시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끊임없이 주고 받는 관계 속에서 성장과 발전, 또는 퇴보의 길을 가는 개인과 사회에서 '명예'라는 개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일본의 역사 속에 사무라이의 등장과 더불어 '명예'라는 관점은 일본이란 나라 자체를 설명할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사회학적 개념이고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敗色)이 짙어가던 일본제국주의가 최후의 도전이자 미국에 엄청난 피해를 주어 전세(戰勢)를 역전시키고자 했던 '가미가제' 조종사들의 자살공격도 사무라이의 '할복자살'이 현대화된 것은 아닌지 상상해 본다. 

명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사회 속에서 인정되어지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회의 체면이나 이목을 보면서 절대 어떤 이탈행위를 하지않고 이탈행위를 했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과 따돌림을 받게 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런 문화속에서 자연히 사람은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 쉽기에 일본인이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있는 것이 아닌 그 모든 선택을 자신이 한다는 철저한 개인주의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명예형 개인주의 '는 일본의 사무라이와 현대의 일본인을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언어적 도구임에 틀림없다. 

내 아내는 일본사람이다. 며칠 전에 이 책을 보면서 아내에게 "당신의 조상이 혹시 사무라이가 아니었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아버지에게 들었는데, 사무라이라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때 나는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내 아내가 사무라이의 후손이라니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사무라이의 후손인 내 아내를 '명예형 개인주의"라는 렌즈로 한번 바라본다면 내 아내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그녀는,  일본사람들이 한국을 20년쯤 뛰떨어진 나라(한국사람이 필리핀이나 태국사람을 바라보듯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시집을 온 그녀는 조금은 자신의 주장이 강한 개인주의형 인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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