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비친 얼굴에는 자신을 상기시키는 무엇, 잊어버렸던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곰곰이 생각해서 그것을 알아냈다. 그 얼굴은 그가 예전에 알았고, 사랑했고, 두려워하기도 했던 어떤 사람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그것은 브라만인 자기 아버지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그러자 그는 오래전 젊은 시절에 고행자들에게 가려고 허락받기 위해 아버지에게 떼를 쓰던 일, 아버지와 작별했던 일, 그가 길을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가지 않았던 일이 기억났다. 아버지 또한 자신이 지금 아들 때문에 겪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까? 아버지는 아들을 다시 보지도 못하고 이미 오래전에 홀로 돌아가시지는 않았을까? 이것, 즉 이러한 반복, 숙명적인 윤회 속에서 이렇게 빙빙 도는 것은 하나의 희극, 기이하고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알라딘 eBook <싯다르타 (한글판+영문판)>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진권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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