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평생 수수께끼같이 여겨지는 것이 있었다. 내 남편은 다른 많은 남편들이 자기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하듯 나를 사랑하고 존경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마치 그를 위해 창조된 특별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거의 경배했다. 나를 대하는 남편의 이러한 태도는 결혼 초기만이 아니라 그가 죽는 그 순간까지 지속되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특별한 미인도 아닌데다 어떤 천부적인 재능도 없었고 지적 수준도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중등교육(여자 고등학교를 마친)을 받은 평범한 여자였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나 지적이고 천재적이었던 사람으로부터 깊은 존경과 거의 숭배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