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우리가 매일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은 그야말로 다양했지만 순결하지 않거나 외설적인 주제를 건드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녀로서의 나의 순진함과 수줍음을 내 약혼자보다 더 절도 있고 부드러운 태도로 감싸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결혼한 뒤에(1867년 5월 17일) 쓴 그의 편지를 읽어보면 나에 대한 그의 태도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신은 당신 마음과 가슴의 작은 씨앗들과 보배들이 없어지지 않도록, 아니 그 반대로 풍부하고 화려하게 자라서 꽃을 피우도록 하기 위해 당신을 내게 맡기셨소. 성숙하고 한결같으며, 마음의 빛을 흐리는 모든 미미한 것들로부터 구원받은 온전한 모습의 당신을 내가 신께 내세움으로써 내가 지은 크나큰 죄를 속죄할 수 있도록, 신이 당신을 내게 주신 것이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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