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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멀고도 멀었던 집에 가는 길...
랩음악을 좋아하는 한 소년이 소년병이 되어가는 과정은
눈물나고,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을 질끈 감아
그가 표현하는 전쟁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만약, 지금 당장 이 땅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사랑하는 가족(안 그래도 떨어져 지내는데..)과 헤어질 수도 있고,
폐허가 된 집을 떠나 알지도 못 하는 곳을 헤매일 수도 있고,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발버둥칠 수도 있을 것이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군인이 되어, 누군가를 살인하는게
물 한 잔 마시기보다 쉬울 수 있는 마음을 갖게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올 때마다 나는 눈을 꼭 감고 죽음을 기다려. 아직 살아있다 해도 체념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때면 내 일부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을 느껴. 머잖아 난 완전히 죽고 너희들과 함께 걸어가는 나는 텅 빈 껍데기만 남게 될 거야.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말이 없겠지."
이스마엘의 친구 사이두가 한 말이다.
열 두세살밖에 되지 않은 작은 소년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희망이 없음을,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소년들은 느끼고 있다.
추위와 배고픔과 외로움과 몸 누일 곳 없어,
나무위에 올라가 잠을 자는 수고스러움과 고달픔은
내전으로 인해 소년병이 되어 스스럼없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웃을 수 있고,
그로인한 후유증으로 악몽과 두통과 난폭하고 사납게 변해버린 소년의 유년이
송두리째 뽑혀감보단 덜 할 것이다.
사람을 죽이도록 세뇌된 위험천만한 아이들이었다고 고백하는 이스마엘의 이야기는
시에라리온이라는 아프리카라는 한정된 곳의 이야기가 절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도 내전으로 고통을 겪었던 나라였으니까 말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이스마엘이 재활치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이다.
재활도중 다시 소년병으로 돌아간 다른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기회를 엿보며 덤벼들던 전쟁후유증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되는 전쟁으로 아이들을 내몬 어른들.
마약의 힘을 빌어, 살인을 우습게 알도록 만들어버린 어른들.
잘못을 따지자면 그들의 잘못이다.
책표지 뒤에 환하게 웃는 청년.
그가 이스마엘인 듯 싶다.
이스마엘이 웃는다.
전쟁의 폐허속, 그 틈바구니에 오롯이 피어나는 들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