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의도} 건물 붕괴, 다리 붕괴, 여객선 침몰 등 비슷한 사건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지만

그 근본 원인을 통찰하지 못해서 매번 미봉책으로만 사태를 수습한다.

무엇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정부 관료가 모인 집단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치명적 위기를 촉발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 주된 원인인 상명하복 방식의 군국주의적 조직문화를 바로잡고

관료조직 시스템 개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목적} 문명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황당한 사건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인간과 조직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바탕으로 조직을 잘못 설계해서이며

또한 문제 원인을 파악하는 사고력이 부족해서다.

저자는 전통 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인간관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길 바라며 경제민주화, 경영민주화가 조직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해를 통해 독자가 인간과 조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기를 바란다.

 

{주장} 우리가 겪은 사람에 의한 재앙은 가시적 사건이지만 근본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토대에 있다. 구성원의 정신 토대가 바뀌어야 조직도 바뀌고 인재도 막을 수 있다.

먼저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고력은 인간을 착취하는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존중 경영, 협력위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구조를 바꿀 때 가능하다.

조직원 개인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의사결정제도인 단위업무담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주제} 똑똑한 한국 관료들이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면서 멍청한 짓을 하는 이유는

일제 군국주의 잔재인 품의제도 조직문화 때문이다. 모든 권한이 위로 집중되어 있는 품의제도는

윗사람 의중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이라서 아랫사람은 윗사람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공을 들여야 하는 불합리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단위업무담당제를 도입하고 인사고과에 정책 수요자가 참여하면

조직 구성원이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갖고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1. 부패의 악순환 구조 원인은

인간을 경제적 성과를 내는 물질적 자원으로 보는 인간관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바탕으로 경제, 경영 학문이 발전했고 조직을 만들었다. 인간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조직을 위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조직혁신에는 구성원 각자 권한과 책임이 있는

고유 직무가 있어야 하며 직무 시행 시 영향을 받는 수요자가 담당자와 일을 평가해야 하며

구성원 선발이 전문성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품의제도란 말단 직위에 있는 사람이 윗사람에게 올릴 보고서를 만들어 여려 결재를 거쳐

최종 결재를 받아 실행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책임 소재 불명확,

합리적 의사결정 불가능, 조직 폐쇄성 강화, 전문성 함양 한계 그리고 상관순응형 인물과

무데뽀형 인물 양산 등이다. 무엇보다 자율적 임무 수행을 막아 조직 구성원의 창의력,

사고력을 떨어트린다. 이 문제점은 담당자가 여러 결재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최종 결재를 받는 단위업무담당제로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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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가기관이나 대기업 또는 조금 규모가 큰 조직을 보면

집단 의사 결정으로 나타난 결과가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각 개인 역량의 총합과

정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종종 발견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잘못된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인간 사회 구성 때문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조직문화인 품의제도 탓이라고 주장한다.

품의제도는 소위 대리가 작성한 보고서를

과장, 부장, 상무, 전무 등 층층이 결재 받도록 하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결정방식은 창의성 저하, 빠른 의사결정 방해, 효율성 저하 등을 지적받는다.

아마 몇 년 전에 어느 대기업 직원이 입사 후 얼마 안 돼 사표를 제출하면서

사내 게시판에 이러한 문제점과 경직된 조직 문화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내용이

인터넷에 회자됐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저자도 그러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사회 전반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인간관과 정치, 경제 인식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여러 곳 발견되니 전체적으로 저자 주장에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결국 사회 전체에도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가설이 무분별한 이기적 행위와 탐욕적 이윤추구를 합리화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본능적이고 이기적 행동이 결국 타인의 유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 예로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가 책상에 엎드려서 코를 곤다거나

청결하지 못한 의복으로 공공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상황을 든다. (p.64)

그러나 애덤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은 인간은 같은 물건이면 싼 것을 선택한다는

인지상정 차원이지 타인에게 해를 끼칠 때도 내 이익이 우선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또한 그를 비판하기 전에 그가 살던 시대가 자본주의 초기 시대로

오늘날처럼 자본주의가 복잡하고 거대한 모습과 달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포드나 테일러가 생산성을 높이기 실시한 작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을 자원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탐욕적 의도를 갖고 그러한 결과를 바랬던 것은 아니었다. 포드의 경우,

그는 철저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리는 것을 목적으로 사업을 했다.

당시 부유층만 탈 수 있던 자동차를 서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점에 맞서 저가 자동차를 처음으로 생산했고 더 많이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주5일 8시간 근무를 처음 시행했고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줬다.

저가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였지만 독점에 반대하고 경쟁을 환영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가 재벌의 독점자본주의를 공고하게 했다고 하지만 (p.125)

대기업의 독점 강화는 정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IMF에 의한 것이다. IMF는 재벌 기업에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주력 사업만 남기고 구조조정 할 것을 요구했고

자연히 시장경쟁은 약해졌다. 시장경쟁 약화는 곧 독과점 증가를 의미한다.

 

법의 목적과 기능을 이기적 동기로 인한 약육강식 사회 방지와 (p.154)

자유와 평등을 위한 이윤동기 제한이라고 보는 것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의하면

홉스의 국가주의적 국가관이었던 듯하다. 법이 통제하는 대상은 인민이 아니라 관료다.

그러면서 저자는 관료를 통제하는 모든 권한은 정치인에게 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정치인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시민을 대표하는

일반적 정치인은 정부를 견제할 뿐 통제할 수 없다. 관료는 오직 법이 통제한다.

대통령도 행정부 관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법의 통제를 받을 뿐이다.

 

저자는 자연적 인간관과 전인적 인간관을 혼동하는 듯 보인다.

모든 가치가 상대화되는 것이 자연적 인간관 특징이라고 하면서 (P.73)

인간이 꽃을 꺾어도, 소를 잡아먹어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듯이 인체실험을 한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대수이겠냐고 말한다. 이어서 인간은 자연 일부가 아니라

자연 관리를 위임 받은 선한 관리자로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자연을 해치는 행위는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한다는 생각 때문이며 자연적 인간관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존엄하듯이 다른 동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엄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잘못된 가치관을 외면한 채 무조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라는 충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 생경하게 와 닿는다. (p.71)

그 충고의 의미는 화풀이 하듯 하는 비난은 자칫 비관주의에 빠지기 쉽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힘은 비난하는 대상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보이는 부분의 원인이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이려고만 하는 동기를 그저 그들이

자본주의 이념에 깊이 물들어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진단하고 토론에서 자료 없이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 탄탄한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고 평가하는 것이 안타깝다.

말 잘하는 것과 일 잘하는 것,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능력과 지식, 생각과 달리 서투르다.

 

품의제도의 한계를 단위업무제도로 극복하자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품의제도는

상사 눈치만 보게 만들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지만

담당자가 여러 단계의 상사 결재 없이 바로 최종 의사결정자와 소통하면 다르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국회의원 보좌진 조직이 단위업무제도와 상당히 유사한 듯하다.

몇 명 안 되는 보좌진이 행정부 등 여러 피감기관을 감사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 기관을 나눠서 맡는다. 보통 직급이 높을수록 중책의 큰 기관을 맡고 직급이 낮을수록

비교적 이슈가 없는 기관을 맡는다. 따라서 각자 의원에게 직접 보고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분명하다. 하지만 경험이 미약한 부하직원이 어려운 일을 처리해야 할 상황에도

자기 일 아닌 일에는 상사가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사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여전히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제되지 않은 의견은 최종결정자와의 의사소통과 업무 추진을 방해한다.

이외에도 단위업무제도가 품위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오히려 품의제도에서 단위업무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보이는 부분도 많았다.

 

무엇보다 창의력과 사고력, 자율적 임무 수행은 사회 조직 제도의 문제라고 하기보다

자라오고 훈련받아온 과정을 고려하면

이에 맞는 교육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공무의 특징은 연관성과 공평성이 다른 분야보다 중요하다.

국가 일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고위로 올라갈수록 더 자기 부서의 업무 추진이

다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가 조직의 수직 구조 발생 원인이 부서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말하듯이 정부조직도 마찬가지다. 관료는 조직 내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또한 공무는 공평해야 한다. 따라서 민원인이 직접 공무원을 평가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민원인은 보통 자기 불만이 해결되느냐 안 되느냐로 공무원을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무원은 민원인 편에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도한 요구를 하는 민원은 거절해야 하는데

민원인이 공무원을 평가하면 공무원은 민원인 편에서만 일할 수밖에 없어진다.

 

품의제도에 의한 의사결정은 속성상 여러 사람 의견 중 가장 좋은 의견 보다

각 사람의 욕구 충족을 위한 최대공약수가 선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전문성을 요구하기보다 힘센 사람 의도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p.222) 말에 공감한다.

비단 품의제도 뿐만 아니라 의견이나 요구를 제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이는 또는 민주주의 다수결 제도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에서 정부가 무능했던 이유는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윗사람들이 너무 많이 개입하기도 해서거니와

너무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라도 잘못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몸을 사리거나 서로 떠넘기게 되고

한편으로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안하냐는 질책에 뭐라도 참견하게 되다 보니 한꺼번에 모인

그리고 계속 쌓이는 너무 많은 의견을 조율하지도 실행하지도 못했을 수도 있겠다.

그처럼 급박한 상황에 사공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갔던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조직 기능 확대에 따라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권한 남용이 빈번해지고

조직의 본래 목적 달성보다 개인 탐욕 충족을 위해 군웅 할거하는 상태로 변한다는(p.173) 말과

잘못된 판단과 지시를 내리는 상사라도 자신들은 조직을 위해 일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조직 속으로 숨을 수 있다는 (p.219) 말에 수긍이 간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관료 조직이나 정치 조직을 비난해도 구성원 각자는 조직으로 숨어서

비난의 대상자가 모호해지고 비난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조직으로 숨은 구성원 개개인을 전부 조직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그보다는 그들이 각자가 과연 누구인지 한 번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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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돕는다.

대부분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저자 의도대로 생각할 거리는 많았다.

세월호 사건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었는데도 성공적으로 승객과 선원을 구출한

설봉호 사건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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