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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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삶 자체가 악질인 사람들. 그들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일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일까.

세 남녀가 있다. 사춘기 시절을 알리바이가 명확한 살인으로 보낸 그녀 '릴리'. 그런 그녀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남자 '테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해내는 '미란다'. 각 장마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책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살인의 도덕적 명목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다.

 

눈 뜨지 말았어야 할 악에게 추악한 끝을 봐야 했던 멍청한 피해자들.

릴리는 사춘기 시절 완벽한 알리바이로 포장된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죄책감과 사회의 질타가 아닌 배고픔이었다. 인간의 본능을 제외한 감정에 공감 수 없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인물인 그녀가 쳇을 죽여야 했던 이유는 소녀인 자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악질인 소아 성애자였다는 것뿐, 직접적인 가해를 입히지 않았지만 ''이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비도덕 한 사람이라는 명목만 있었다. 그녀가 판단하기에 그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었다.

릴리의 두 번째 살인 대상은 대학에서 만난 남자친구 에릭이다. 아무렇지 않게 바람을 피우고 있던 그의 행적에 또 다른 살인 계획을 세우게 되고, 사고사로 그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녀는 그의 죽음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음에 기뻐하며,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살인자로서의 업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세상 사람들 중,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쳇과 에릭은 그들의 행적에 반발하지 못 할 것이라고 여겼던 릴리의 잠자는 코털을 건드렸고, 그 어리석음이 그녀의 잠재적 살인 면모를 일깨운 셈이다. 시원하고 당돌하게 안쪽으로 묵직한 직구를 날리는 그녀를 깊게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감히' 아무도 실행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죽여 마땅한 '사람'은 있을지 언정, '살인'의 도덕적 의미 부여는 마땅하지 않았다.

테드는 아내인 미란다의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순간적으로 살인의 충동을 느끼게 된다. 평소 그는 살인은 비도덕 한 일이라고 여겼지만, 그의 앞에 닥쳐온 상황을 마주하며 도덕적인 사상을 뒤집어 '자기 합리화'와 살인에 대한 '도덕적 의미 부여하게 된다. 생각에서 멈추기만 하려던 그를 실행하게 움직인 건 릴리가 아닌 테드 자신이다. 비도덕 한 일에 대한 신념을 스스로 깬 결과는 릴리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아닌 죽음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많은 의문과 생각을 하게 된다. 릴리의 소시오패스적 면모가 발생해야만 했던 이유, 비도덕 한 일에 대응하는 더욱더 비도덕 한 일이 과연 합당한 것일지. 어쩌면 우리는 '테드가 생전에 마무리 짓지 못 했던 미란다와 브래드의 죽음이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이 미간까지 끓어올라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지어져 있다. 절대 '살인'은 도덕적일 수 없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나는 이 소설이 땅콩 같다고 말한다. 목넘김이 부드럽지는 않지만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소설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이 땅콩 같은 소설에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몇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이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든 간에 모두가 릴리를 응원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읽은 이만 알 수 있는 반전의 이야기 전개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스릴러 소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어스름 없이 읽어갈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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