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와 친구
데보라 엘리스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샌드위치와 친구'라는 제목을 보고 사람들은 뭔가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고, 사실 원제도 그렇지 않다. 그냥 '쓱' 읽으면 뭐 어쨌다는 거지? 하고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다. 열한살짜리 여주인공 카이버가 자신의 '극빈자' 생활을 낱낱히 까발리지 않고, 전직 스트리퍼 엄마와 자폐아 쌍동이 남동생을 둔, 아버지 없는 자신의 비참한 심정을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은 다 행간에 작가가 숨겨 놓았다. 어쩌면 카이버가 알리고 싶어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정신건강 카운슬러라는데... 카이버 같은 아이를 많이 접하고 이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

대신 카이버는 자신의 이름을 따온 아프카니스탄을 이야기하고, 탐험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하고, 친한 친구들(X를 포함하여)을 이야기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최하류층의 삶을 살아도 이 가족은 자존심을 지키고, 정직하고, 서로를 굉장히 아낀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가혹하게 돌아가 동생들은 양육원에 들어가게 되고 설상가상 자신은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특히 친구 X를 왕따 당하는 딸의 가상의 친구로 간주해 버리는) 엄마에게 크게 실망하여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X를 찾아나선다.

아무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극빈의 삶을 사는 아이들이 있다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었으면 좋겠다. 비록 현실은 참으로 막막하지만, 마음과 생각은 거기서 벗어나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작가는 카이버 같은 아이들과 보통 아이들의 '차이'는 '경제적인 것'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과 안 맞는 책일 수 있다. 다들 일류,상류,최고위만을 지상의 가치로 두고 열렬히 달려드는 분위기이기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와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참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도 '경제적'으로 잘 만들었다. 작가의 다음 책들이 기다려진다. 한가지, 왜 그랬는지 121쪽에 오자가 많이 났고,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카이버의 진짜 이름이 혹시 '머드'가 아닌지 싶다...

이 출판사에서 나올 데보라 엘리스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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