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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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법>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만족도: ★★★★★
가독성: ★★★★☆
논리성: ★★★★☆
전문성: ★★★★☆
난이도: ★★★☆☆
추천률: ★★★★★ 
 
 
가볍게 읽으려 들었다 고수의 글을 만났다.
읽기 불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재야(在野)의 고수가 많구나..
<책 먹는 법> 이 책에 대한 총평이다. 
 
3년에 10,000권을 읽었다는 어느 저자의 책을 보면서 빨리 끓는 냄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거나, 어느 독서광의 책을 읽으며 정말 독서광답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있지만, 어느 날 문득 서점의 한 모퉁이에 책에 끌려 집어 들게 되고 읽게 된 책이 아우라를 뿜어낼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이 주는 서프라이즈의 즐거움과 같이 한참을 읽어도 저자의 신중함에 매료되어지는 독서의 즐거움은 참기분좋은 일이다.  
 
한 손안의 소책자
그렇기 때문에 3~4시간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듯했으나,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숙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다 읽고 빨리 책을 정리해서 올리는 게 좋은데 그러지 못하고 다시 한번, 그리고 다시 한번 책을 읽게 되는.. 
 
지금 진행중인 <1004 多讀 Project>와 같은 과정에서는 치명적인 책이지만, 프로젝트 따위를 다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책을 만난다는 건 삶속에서의 즐거움이다.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 김이경에 대해서 들어 본적도 없다. 그러나 그녀의 글에서는 독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너무 진지하게 글을 써 나가서 함부로(?) 속독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책 먹는 법>은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자세를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면서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갖고 있는 내공인데, 단순히 책을 몇 권 읽고 정리한 느낌이나, 다른 책에서 정보를 얻어 카피한 느낌이 아니라 경험을 토대로 한 고민들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저자는 독서와 관련된 많은 고민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했음에 틀림없다. 처음에 소책자의 책값이 10,000원이길래 ‘뭔 내용을 담았기에 이런 소책자가 10,000원이나 하나?‘하면서 궁시렁 거렸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의 가격을 했더라도 나는 구입했을 것이다. 
 
그간 많은 책들을 소개했고, 책마다 갖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 책은 어느 정도 독서가 익숙한 사람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고, 독서 초보에게는 저자의 말이 그리 중요한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 수 있는 이중적, 그리고 상대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탁월한 저술은 칭찬하고 싶고, 추천하고 싶다. <김이경>이라는 이름의 저자가 앞으로 책을 쓴다면 무조건 구매해서 읽어볼 듯하다. 이런 류의 저자가 쓴 책이라면 밥을 굶으면서라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의 매력은 읽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순수한 경험이 녹아있는 글인지라 쉬이 평가하기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독서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必讀)과 다독(多讀)을 권한다. 최근 독서에 관한 이만한 글을 본적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멋진 책이다. 
 
 
 
★ 책속에서 만난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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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감당할 길 없는 삶을 후회하는 못난 딸의 심중을 다 읽고 어머니는 미안해하셨습니다. 너를 낳아서 미안하다, 하셨습니다. 저라는 인간을, 숨은 행간까지 낱낱이 읽어 버린 어머니 앞에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p.10 
 
독서가 취미라는 학생, 그건 정말 우습다. 노동자나 정치인이나 군인들의 취미가 독서라면 모르지만, 책을 읽고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본업인 학생이 그 독서를 취미쯤으로 여기고 있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닌가. p.19 
 
당시 조선엔 손으로 베낀 필사본을 빌려주는 세책점 정도가 있었을 뿐, 출판업이랄 것도 없고 서점도 없었습니다. 송나라 때부터 출판업이 성행해 소설 창작을 자극한 중국이나, 일찍이 국가 차원에서 번역을 지원하고 서점을 설치한 일본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만약 이때 정조가 그림 대신 서점을 만들었으면 정말 책 읽는 사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p.24 
 
비판에도 배려가 필요하며 애정 어린 비판이 상황을 개선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성과 인성이 다른 것이 아니며, 책을 열심히 잘 읽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과 세상도 그만큼 열심히 잘 읽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p.29 
 
책이란 알고 싶은 것,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도움을 얻으려 읽는 것입니다. 즉, 독서란 살아가면서 생기는 구체적인 물음에 실용적인 해법을 찾는 수단이지요. 그러니 질문이 있을 때 읽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독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p.31 
 
자유는 필연에 대한 인식이다. p.34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말했습니다.
“근심없는 사람의 인생만큼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 근심없는 삶은 참으로 고통없는 악이다”라고. 그 말처럼, 걱정을 모르는 삶은 편안하고 아름답겠지만 걱정하는 것이 싫어서 눈을 감는다면 그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타자에게 ‘악’이 됩니다. 자신이 어떤 인간이고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주위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습니다. p.36 
 
읽는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면서 한 권식 읽다보면 어느 순간 독서가 재미있어지고 배움이 쌓입니다. 그런데 1년에 100권, 200권 목표를 세워 놓으면 만나는 과정보다 만났다는 결과에 초점을 두고, 읽었다는 사실로 자랑을 삼기 쉽습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지요. 정말 중요한 건 독서 목록을 늘리는 것보다 시야를 넓히는 것이고 마음의 크기를 늘리는 것인데 말이지요. p.49 
 
책을 많이 읽으라는 건 다양한 세계를 접하면서 시야를 넓히라는 뜻이지 다독을 훈장 삼아 어설픈 훈장질이나 하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p.52 
 
 
<독서>
- 원굉도 
 
책에 쌓인 먼저를 털어 내고
단정한 차림으로 옛사람을 대하네.
책에 쓰인 건 모두 피와 땀이라
알고 나니 정신을 돕네.
도끼를 들어 주옥을 깨고
그물을 쳐 고운 물고기를 잡듯
나도 한 자루 비를 들고
온 땅의 가시를 쓸리라. p.52 
 
심심풀이 삼아서 재미로 읽는 거라면 대충 읽어도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깨우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읽을 때는 정독을 해야 합니다. 즉 독서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 정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쓴 사람의 피땀 어린 공력, 만든 사람의 수고로움, 그걸 읽고 살아갈 내 삶의 소중함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세상을  생각하면 정성껏 정밀히 읽는 게 당연하지요. p.55 
 
독서 모임의 핵심은 ‘듣는’ 것입니다.. 함께 읽는다는 건 그 무수한 독법을 경험하는 것이며 모든 다름에 내 귀를 열어 두는 것입니다. 그것이 여럿이 함께 읽는 이유입니다.. 서로의 독해를 비교하고 자신의 독법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은 함께 읽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니까요. p.62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안다’는 교만인데 이런 사람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독서량이 많거나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독서 모임에서 큰 배움을 얻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그렇습니다. p.67 
 
독서는 잘하면 감수성을 계발하고 지식을 넓히고 사고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그 ‘잘하면’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건데,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또한 책 읽기입니다. p.79 
 
독서란 그저 책에 적힌 글자나 정보를 읽는 것이 아닙니다. 독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스스로를 만나는 과정이며, 그대로 한 인간의 삶을 이루는 내밀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강요에 의해 의무적으로 한다면 이미 독서의 쓸모나 재미는 다 사라져 버릴 것이니, 그런 독서를 누가 즐겁게 하겠으며 그런 독서를 해서 뭐하겠습니까?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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