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흔, 이렇게 나이들어도 괜찮다 - 행복하고 유쾌하게 나이 드는 지혜
사토 아이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예인(플루토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흔, 이렇게 나이들어도 괜찮다>
행복하고 유쾌하게 나이드는 지혜
만족도: ★★★☆☆
가독성: ★★★★☆
논리성: ★★★☆☆
전문성: ★★★☆☆
난이도: ★☆☆☆☆
추천률: ★★★☆☆
자연스럽게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기록.
80대 여성 노(老) 작가가 40대부터 나이드는 것에 대해 써 놓은 글들을 모아 출간했다. 그 동안의 글들은 대개 남성들이 쓴 글이었는데, 여성이 늙어가면서 쓴 글은 어떨까 싶은 마음에 집어 들게 되었다. 남성들의 글과는 다르게 소박하고, 진솔하고, 진지하고 사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40대부터 80대까지 겪게 되는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글들을 담았고, 이에 대한 극복하는 방법과 80에 가까워지면서 갖게 되는 혜안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혜로움과 죽음에 대해 경건해지고 진지해지는 숙연함이라고 해야 할까? 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한다는 저자 사토 아이코는 한번쯤 생각해 볼 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이 책 전에 올렸던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에 대한 나름의 실망감(?)에서 가볍게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 하기 위해 집어든 책이지만, 그리 가볍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글이 매우 쉽고 간결하게 쓰여져 있음에도 저자의 진솔한 글씀이 생각을 여유롭게 놓아주지 않는다.
나도 앞으로 50대가 되고, 60대가 되어가면서는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될까? 글로 느껴지는 저자의 성향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느껴져 달리 생각을 해 나갈 듯 싶기는 하지만, 저자의 생각을 따라 주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한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좋은 느낌이었다.
특히, 70대와 80대에 대한 그녀의 글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나름 20~30년 인생의 선배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을 준비해오곤 하는지라 이런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익숙하기는 하지만, 여성 인생선배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또 다른 새로움이다.
말 그대로 가만히 느끼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옳고 그름을 가릴 내용들이 아니라, 그냥 인생선배가 살아가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듣듯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약간은 가벼운 감이 있지만 먼저 살아간 선배의 글은 나름 삶의 매력와 애환이 느껴진다. 나도 70~80세가 되면 삶과 환경에 대해 저런 느낌들과 생각들을 하게 되겠지?
★ 책속에서 만난 내용들
====================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했을 뿐 아니라 멋지게 홍보 목적까지 달성했으니. 완급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는 호흡을 나도 본받으면 하고 생각했다. p.20
노인이라는 사람들은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없는 것들을 참 용케도 알고 있다. p.37
부부싸움의 기억을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천진난만한 싸움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싸움을 하려면 무엇보다 재능이 필요하다. 설사 재능이 모자라도 노력과 연습에 의해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p.46
그만큼 날이면 날마다 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큰 소리 치고 살면 쾌식, 쾌변 정도는 없어도 건강한 게 당연하지. p.60
일상생활속의 리듬이란 의외로 그런 기쁨도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물일을 마치고 손을 닦을 때의 그 차가운 감촉, 분홍빛으로 물든 손가락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바라보는 마음, 그 마음이 단조로운 생활에 윤기를 더해주는 게 아닐까. p.64
나는 공들여 꾸미는 일이라고는 도무지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중년 부인이 있었다. 어쩌다 중년 부인들이 모이는 잘에서 그 사람은 왠지 모으게 돋보인다. 무엇이 그녀를 눈에 띄게 하는 걸까 관찰해보다가 중년 여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피부의 젊음이나 화장술이 아니고 날렵한 몸가짐이라는 것을 알았다. p.79
노인에게도 성욕이 있다.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면 그 욕망을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독신 노인은 남자든 여자든 당당하게 연애를 하고 섹스 상대를 찾아라. 젊은 사람은 노인을 위해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p.89
지금은 노인의 인생경험 따위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시대다. 인생 선배로서 가르칠 것이 아무것도 없고 따라서 노인에게로 향하는 존경심은 추호도 없다. 있는 거라곤 오로지 형식적인 동정뿐이다. p.90
약한 남자가 우월감을 보이려고 여자에게 ‘멍청하다’고 할 때는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를 이긴 줄 알고 있다면 져주는 척하는 것도 좋다. 그것이 진정한 여자다. p.106
지금의 남편들은.. 일하느라 지쳐 파김치가 되어도 자식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그러면서도 고마운 존재라는 대접도 받지 못하고 아내는 갈수록 더 과도한 요구를 해오고 자녀한테는 홀대를 다하는 가련한 존재다. p.114
여기까지 쓰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약을 먹는 대신 통증을 참아온 것은 어쩌면 ‘이런 때’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던가.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한밤중의 병원. 아무도 모르게 홀로 깨어 죽음을 기다리는 나. 엄습해오는 고통. 죽음에 대한 고통. p.154
사람을 만나면 현대의 혼탁한 현상에 대해 한탄만 주고 받는 날들이 많았다. 말이나 문자를 통해 위로받거나 격려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어진 나에게 후지산은 아직 괜찮아, 아직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았다. p.164
여자가 나이를 먹으면 수염이 난다는 것은 여자다움을 잃는다는 의미다. 여자다움을 잃는 다는 것은 순종을 버리고 강해져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p.171
어느 새 어머니에게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힘이 생겼고 남편 따위는 언제 없어져도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기둥이 몸 안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p.174
버스에서 내리는 할머니에게 며느리인 듯한 사람이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할머니는 탁,뿌리치고 휑하니 가버렸다. 동행했던 사람이 옆에 있다가 고약한 시어머니의 표본 같다고 말했지만 그건 고약을 떠는 행동이 아니다. 노인성 조급증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이해할 수 있다. p.184
경로란 노인을 보살피고 위로하는 게 아니고 글자 그대로 존경하는 것이다. 기나긴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살아온 지혜와 용기, 노력과 분투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p.192
운전사는 택시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손님과 운전사는 대등하다.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래행위이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표시를 할 것도 없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뭔가 논리에 맞는 것 같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물러났찌만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p.196
아무리 본인이 괴로워해도 링거로 주사를 맞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주사관을 빼달라는 말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노인은 주사관에 감겨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집에 가고 싶다고, 죽고 싶다고 하면서도 몇 달인가를 더 연명한 후에 드디어 숨을 거두었다. p.201
온갖 관을 몸 여기저기에 꽂고 운신도 마음대로 못하고 몇 달동안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설사 임종이 앞당겨지더라도 천명에 따라 죽어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p.201
인생이란 기한이 정해져 있는ㅌ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느 날짜까지 무슨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마감이 없는 원고를 언제까지고 손도 대지 않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죽을 준비, 떠날 주닙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기는 동안 어느 정도는 죽음에 적응해왔다. 죽을 때가 오면 발버둥치지 않고 순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p.229
내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어쨌거나 그 실패 때마다 전력을 다해 실패해왔다. 실패도 전력을 다하면 만족으로 변한다.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