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롭스 & 뭉크 판화전

요즘은 미술 전시회 소식만 전하는 일로도 1년을 다 채울 수 있을 듯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도 진리이지만, "세상은 언제나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넓다"는 것도 진리이다. 예술도 예외는 아니어서 언제나 이 두 가지 진리를 반복적으로 증언해준다. 펠리시엥 롭스와 에드바르트 뭉크의 2인 판화전에 개최된다고 한다. 솔직히 롭스란 화가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다. 관련기사들을 옮겨놓는다. 발걸음이 또 미칠 지 어찌 알겠는가...

한국일보(06. 08. 14) 팜므파탈… 치명적인 아름다움 뒤의 풍자

-유럽 역사에서 19세기 말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까지를 ‘벨 에포크’(Belle Epoqueㆍ아름다운 시절)라고 부른다. 풍요와 퇴폐, 쾌락과 죽음이 우아하게 쌍을 이루던 그 시절 문학과 예술의 최고 인기 품목 중 하나는 팜므 파탈(femme fatalㆍ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파멸시키는 여자)이다. 이건 남자들의 발명품이다. 19세기 중반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이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하자 그에 대한 경계심이 팜므 파탈로 나타난 것이다.(*벨 에포크에 대해서는 빌리 하스의 <세기말과 세기초>(까치글방, 1994)란 책이 오래전에 출간된 바 있다. 미술에서의 팜므파탈 이미지에 대해서는 이명옥의 <팜므파탈>(다빈지, 2003) 참조).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롭스와 뭉크’ 판화전의 키워드는 팜므 파탈이다. 19세기 벨기에 판화가 겸 풍자화가 펠리시엥 롭스(1833~1898)와, 그보다 서른 살 아래로 20세기 초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의 판화 98점을 선보이고 있다.

-두 작가 모두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인데도, 우리나라에 작품이 오기는 처음이다. 뭉크는 매우 유명한데도 그렇고, 롭스는 이름조차 낯설다. 롭스와 뭉크는 세기말 악마주의, 상징주의 그리고 표현주의에 이르는 미술사조의 흐름 속에 있다.

-롭스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빌어 시대와 사회를 풍자했다. 여자, 어리석음, 그리고 죽음이 주도하는 세계를 표현했다. 치부를 드러내고 눈을 가린 채 돼지(성욕의 상징)의 인도를 받으며 위협적일 만큼 당당하게 걸어가는 창녀(‘창부정치가’)나 칼을 숨긴 채 높이 쳐든 손바닥에 남자를 올려놓고 조롱하는 여자(‘꼭두각시를 든 부인’)는 세계를 지배하는 팜므 파탈의 파괴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사탄이 지배하는 악마적 세계,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 유혹, 파멸을 부르는 어리석음을 팜므 파탈과 연결짓고 있다. “여성의 냉혹한 눈짓, 숨기지도 위장하지도 않고 온몸으로 명백하게 드러내는 남성에 대한 적개심 등 롭스는 현대여성의 잔인한 측면을 묘사하는 데 정말 뛰어나다.”(롭스와 교유했던 프랑스인 공쿠르 형제의 평)

-뭉크에게 여자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였다. 그의 대표작 ‘마돈나'는 여인의 멍한 눈과 소용돌이치듯 불안하게 흘러내리는 선으로 쾌락의 절정, 곧 죽음을 암시하면서 웅크린 태아와 정충으로 테두리를 장식해 염세적인 공포를 배가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 ‘흡혈귀’는 고개를 숙인 채 남자의 목에 입술을 갖다 대는 여자의 모습이 마치 피를 빠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피해망상에 가까운 이런 두려움은 병약하고 신경질적이었던 뭉크의 기질 탓이기도 하지만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뭉크 자신은 20, 30대 청년시절을 회고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여성 해방의 한복판에서 무상한 시대를 살았다. 남성을 유혹하고, 사로잡고, 기만한 것은 여성이었다. 카르멘의 시대. 이 무상한 시대에 남성은 더 연약한 성(性)이 되었다.”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의 잇따른 죽음과 아버지의 우울증 때문에 평생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시달렸다. 쾌활하고 방자하게 사회 풍자 놀음을 즐긴 롭스와 달리 뭉크는 철저히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 인간 실존의 어둠과 고독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벨기에 트랜스페트롤 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브뤼셀-서울-오슬로 순회전이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02)2022-0600(오미환 기자)

 

국민일보(06. 08. 14) 19세기말 여성 이미지 들춰보기

-팜므파탈, 그 치명적인 이미지가 난무하던 19세기 말 유럽은 새로운 여성상과 남성상이 극렬하게 대립했다. 이 시기에 유럽에서 활동했던 벨기에의 판화가이자 풍자화가였던 롭스(Felicien Rops,1833∼1898)와 효현주의 대표작가 뭉크(Edvard Munch,1863∼1944)는 정치적,사회적 해방을 요구하는 여성에 대한 경계심을 작품에 반영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은 이들의 판화작품을 모은 ‘롭스와 뭉크:남자와 여자’ 전을 지난 11일 개막했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두 작가의 작품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롭스가 사회를 풍자하면서 시대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인 작가라면,뭉크는 자신의 감성을 철저히 파고들어 객관화시킨 작가이다. 롭스의 작품들은 ‘풍자의 손’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잡아 당기지만 뭉크의 작품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정적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세대를 이은 상징주의적 표현과 ‘팜므 파탈’이라는 여성관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 롭스는 세기말 사회에 대한 영향으로,뭉크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형성된 여성관이란 차이점이 있다.

-롭스의 어린시절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다. 가정교사를 두고 교육을 받은 덕에 자유로운 유년기를 보냈고 브뤼셀에 들어가 학교 수업보다는 주간지의 삽화가로 시간을 많이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보들레르의 대표시집 ‘악의 꽃’에 삽화를 그렸던 그는 ‘악마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를 풍자하고 해악함으로써 시대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작품들을 생산해냈다. 대표작 ‘창부정치가’는 벌거벗은 창녀가 눈을 가린 채 돼지의 인도를 받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가릴 곳은 가리지 않고,반대로 드러낼 곳은 모두 가린 묘사로 여인의 누드를 강조해 사악함을 드러낸다. ‘꼭두각시를 든 부인’은 칼을 숨긴 채 꼭두각시를 치켜들고 있는 여자를 묘사해 여자는 남자를 파멸시키는데 그치지않고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존재로 그렸다. 이번에 그의 61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로서 국내에 많이 알려진 뭉크는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우울한 성격,다섯 살 때 겪은 어머니의 죽음, 병약한 자신의 건강,두 살 위의 누나의 죽음 등으로 죽음의 공포와 불안은 평생 동안 그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런 병적인 상태는 오히려 수많은 걸작을 생산해내는 밑바탕이 되었다.

-대표작 ‘마돈나’는 역동적인 곡선과 함께 여자의 황홀한 표정이 잘 드러난다. 뭉크에게 마돈나는 사랑의 상징이자 죽음에 이르게 하는 팜므 파탈의 여성으로 대변된다. 뭉크는 유화에서부터 판화에 이르기까지 사랑,불안,죽음에 이르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표현주의라는 거대한 시대의 물결을 이끌었다.



-이번 전시에 그 유명한 ‘절규’는 오지 못했지만 ‘마돈나’와 어린시절 죽은 누나의 옆모습을 그린 ‘병든아이’,10대 소녀의 공포감을 나타낸 ‘사춘기’ 등 주요작품 37점이 전시됐다. 한편 ‘롭스와 뭉크:남자와 여자’ 전은 벨기에 크랜스페트롤 재단이 14개 소장처의 작품을 모아 기획한 전시로 10월 22일까지 계속된다.(이지현 기자)

06. 08. 14 -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