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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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혼자일 수 없다. 혼자만의 마음, 홀로 남겨진 마음에도 분명 그 대상이 있다.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누군가가 떠난 쓸쓸한 마음에 누군가가 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함께 하지 못하는 각각의 마음들은 혼자이다.

 

상수의 그 짝사랑은 삭막한 사무실에 덩그러니 놓인 노란색 프리지어처럼 안쓰러운 정조의 애틋함을 띠었다.(p.9)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사이에서 되도록 현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경애의 마음만 있었다.(p.92)

 

혼자일 수 없지만, 혼자 된 마음들은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며,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 점점 더 고립된다. 마치 혼자된 마음이 그들의 잘못인 것처럼. 남에게 보일 수 없는 이중생활이 유일한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잃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날들을 자기검열 속에서 견디기도 한다. 일그러진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온오프라인의 삶이 달라도 너무 다른 와 자신을 매정하게 떠난, 유부남이 된 옛 애인을 다시 만나는 그녀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아주 많은 행운의 작용으로 만났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불필요한 사무용품을 신청하는 로 인해 원치 않는 고민을 하게 되고, 그는 금요일 오후 창고에서 사무용품을 나누어주며 무언가 버티는 것 같은 그녀를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잘 어울리지 않는,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났고, 그 둘의 공통점이 하나씩 늘어간다.

독자가 먼저 알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이 차례로 알게 되는,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공통점은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의 상실이다. ‘에게는 유일한 친구였고, 그녀에게는 첫사랑이었던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그들을 떠나가고, 그들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들의 일그러지고 불안정한, 고립된 마음은 이때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born-innocent’라는 계정으로 혼자 남겨진 마음들의 죄 없음을 역설하던 그는 정작 자신의 죄 없음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frankensteinfree-zing’이라는 독특한 이메일 주소를 가진 그녀는 프랑켄슈타인을 자유롭게(free) 해주지 못했고, 마치 깊은 겨울잠에 빠진 것처럼 그 마음이 얼어갔다.(freezing)

 

혼자 된, 일그러진 두 마음의 공동으로 인해 두 마음은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녀에게 해 주었던, 이전의 그저 그랬던 조언을 폐기하고 그의 온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전한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p.172)

 

그의 진심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그의 마음이 담긴 말은 이제 그녀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녀의 말로 그 마음이 그에게 되돌아 온다.

 

어떤 시간은 가는 게 아니라 녹는 것이라서 폐기가 안되는 것이니까요, 마음은.(p.290)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불안정을 종식시킨다. 보기에도 위태로웠던 두 자아의 분열이 끝이 나고, 자기검열의 덫을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성장으로 이전에 느끼지 못한, 타인과 마음을 온전히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은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p.345)’

온전히 마음을 나누는 것, 그 경애하는 마음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며, 그 과정에서 겪게 될 마음의 소란은 언제까지나 무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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