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요즘 영화 '괴물'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는 못보고 책으로 보고 만화로 읽었는데요,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고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옛날에 보았던 영화들이 생각나서 참신한 맛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괴물, 환경 오염에 의해 생긴 괴물들은 영화에 자주 등장했었습니다. 엘리게이터, 불가사리라는 영화, 에이리언등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하지요.

근데요, 오늘 제가 잊고 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우리들도 어렸을 때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는데 잊고 사는 사이에 저렇게 아이디어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야기는 바로 불가사리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 이야기로도 많이 들었고 책으로도 보았던 불가사리 말입니다.


때는 고려 말, 신돈이 공민왕을 등에 업고 개혁정치를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신돈 또한 사람인지라 개인적인 욕심과 야심을 드러내는 바람에 쫓겨나게 되었지요. 게다가 반야가 임신한 아이가 공민왕의 아이가 아니라 신돈의 아이라는 의심까지 받게 되어 더 몹쓸 사람으로 인식되었지요. 결국 신돈은 공민왕의 미움을 받아 죄인으로 떨궈져 물골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수원에서 귀양을 살다가 1371년에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공민왕은 불교를 폐지하고, 불자를 모두 체포해서 사형시키라고 명을 내립니다. 법난의 회오리가 고려땅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스님을 잡아 오는 사람에게는 5천냥씩 포상금을 내렸다고 합니다. 너도 나도 눈에 불을 켜고 스님 사냥을 하던 시절, 이성계의 부하 중에 경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경삼의 처는 경삼에게 함흥을 떠나 송도로 가서 스님 사냥을 하자고 떼를 씁니다. 결국 경삼 내외는 송도 교외에 전셋집을 얻고 불승 잡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구요.


중 사냥꾼 경삼.

그는 몇 날 며칠을 중을 잡으러 다녔지만 실패를 했구요, 다른 중 사냥꾼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답니다. 게다가 중 사냥꾼에게 잡힌 중들이 발악을 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 걱정보다는 중생의 암울함을 더 걱정했다는 말을 듣고는 중 사냥꾼 노릇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때마침, 그 날 경삼의 처가 혼자 있는 집에 중 하나가 찾아 들었고, 그 중은 바로 경삼 처의 오빠였습니다.

경삼의 처는 오빠를 다락에 모셔 놓고 빗장을 걸어 채웠답니다. 오빠를 팔아 호위호식하려는 꿍심을 가진 것이지요. 그 날 저녁, 경삼이 집으로 돌아오자, 경삼의 처는 기뻐하며,

"중 하나가 제발로 걸어왔으니 관아게 고발을 하자"했고 경삼은 다락문을 열어 중의 존재를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이 처남인 것을 알고는 곧바로 밖으로 나와 부인을 우물에 처 넣어 죽이고, 그 우물도 메꿔버렸다고 합니다.

몇 날 며칠, 경삼이 해주는 밥을 먹던 경삼의 처남은, 떠날 때 경삼에게 쪽지를 하나 쥐어줍니다. 홀로 남은 경삼은 송도집을 떠나 함흥, 이성계 장군에게로 떠나려고 짐을 싸는데 다락에서 기척이 있었답니다.

경삼이 다락을 열어보니 강아지도 아니고 족제비도 아니고 너구리도 아니고 개구리도 아닌 것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괴상한 것이 바늘쌈지 속의 바늘을 먹더랍니다. 경삼은 그 괴상한 것에게 누룽지라도 주려고 부엌으로 나왔고 경삼이 다시 방으로 돌아가니 다락 속의 괴상한 것은 벌써 없더졌더랍니다.

그 후 경삼은 함흥으로 떠났고 경삼의 빈 집에서는 쇠붙이라는 쇠붙이는 모두 없어졌더랍니다. 그 얼마 후 송도에는 쇠붙이를 먹는 괴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고 결국 임금까지 걱정을 하게 되었더랍니다. 집채만한 몸집으로 커진 괴물에게는 '불가살(不可殺)'이라는 뜻에서 불가사리는 이름이 붙여졌구요.


느닷없이 나타나 금속성 기물을 깨물어 삼키고는 증기기관차 소리를 내며 잠적해 버리는 괴물.

그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경삼의 처남이 다락에 숨어 경삼이 해주는 밥을 먹는 동안 밥알로 만든 괴물이었다고 합니다.


송도를 온통 헤집고 다니며 쇠붙이를 먹던 괴물은 궁궐 입구에 있던 향로를 먹더니 그 몸이 쑤욱 자라 거죽도 좀더 관록 있게 변했다고 하지요. 이렇게 되자 나라는 발칵 뒤집혔고 이 괴물을 잡는 사람에게는 '상금 50만냥, 따로 부상으로 3급 갑의 벼슬, 죄 있는 자는 즉각 사면'이라는 현상금을 주겠다는 임금님의 특별 담화가 있었구요.


이 즈음, 경삼은 잊고 있던 처남의 쪽지가 생각났답니다. 처남이 준 쪽지를 펴보니,

"불가살(不可殺) 화가살(火可殺)이라고 씌여있었답니다. 이 쪽지를 본 경삼은 이성계를 찾아가 돈을 빌려 금값보다 비싼 쇠붙이를 사서 미끼로 놓고 불가사리를 기다렸답니다.

개성 한복판 로터리에 쇠를 쌓아놓고 목을 잡고 기다리던 경삼은 불가사리가 나타나자 불가사리가 쇠붙이를 먹는 사이에 불가사리의 꼬리에 불을 붙였고 불가사리는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처남이 만들었던 아주 작은 밥알을 빚어 만든 불가사리'만 남았다고 합니다.

이 일로 경삼은 나라에서 내린 상금 50만냥과 3급 갑의 벼슬, 그리고 우물을 매운 죄를 사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삼은 모든 부귀 영화를 뒤로 하고 처남을 찾아 삭발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오빠를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고 호위호식하려던 여동생, 그러나 사람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았던 매제 덕분에 목숨을 구한 오빠가 처남에게 베풀었던 호의, 그 호의를 거부하고 처남을 따른 경삼의 이야기가 아주 매력적으로 생각됩니다.


왜 저는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멋진 책이나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멋진 작가,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소질이 있었는데 자신의 재능을 잊고, 포기하고 산 것은 아닐까요?


영화 '괴물'을 본 아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 '불가사리'를 들려주면 어떨까요?

송승환씨가 말씀하시더군요, "어릴 적 본 공연이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영향을 주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입니다.


우리의 아이들,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나 봉준호 감독, 심형래 감독처럼 될 수 있는 꿈나무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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