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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관상이나 손금에 관한 책을 봅니다. 그런 책을 보고 남을 속마음이나 성격을 가늠해 보려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은 내 단점을 고치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아보려고 읽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늘도 '손 보고 사람을 아는 법'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손의 모습, 손금, 손을 내미는 모습등 손의 모양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법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고 상대방을 평가하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저희 친정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는 말 그대로 마마보이셨지요. 개성에서 피란오신 할아버지께서 무일푼으로 서울에 와서 알뜰 살뜰 가꾸고 일군 재산을 다 탕진하고 부모님을 셋방에서 살게 만들었고, 결국은 한 분은 홧병으로, 한 분은 버스 사고로 돌아가게 하신 불효자였지요. 또한 자신이 날린 집안 재산을 한 번에 만회하려는 헛된 꿈을 꾸고 있었기에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고 걀국 아내와는 이혼을 하고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은 친척집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자식 교육 잘 못 시킨 죄로 불쌍하게 돌아가신 제 조부모님은 제사상을 차려줄 며느리도 없어서 절에서 49제를 지냈는데요, 아버지가 절을 할 때마다 친척 어르신들이 수근거렸습니다. "쟤는 절을 할 때 손가락을 다 펴고 한다. 저러니까 복이 다 달아난다"고 말입니다. 친척 어르신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아버지가 절을 할 때 아버지의 손을 보니 다섯 손가락을 다 벌리고 손 끝으로 땅을 짚고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 앞에서 절을 할 때 두 손바닥을 꼭 붙이고 동그랗게 모으는 이유가 복을 달라는 뜻이고, 부처님이 주신 복을 놓치지 않고 잘 받겠다는 뜻이라는데 저희 아버지는 복이 나가라고 일부러 그렇게 하는 사람처럼 쇠스랑같이 손을 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못 하고 자식 노릇도 제대로 못한 아버지가 미웠던 시절이었기에 저는 아버지 딸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절을 할 때도 일부러 손가락들을 꼭 붙이고 손바닥을 땅에 대고 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문득 이 책, 손금에 관한 책을 보니 '내미는 손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손을 단풍잎처럼 쫙 펴서 내미는 사람은 성격이 화통하고 명랑한 성격이고 대범하지만 끈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질러 손해를 보기도 하구요. 금전적인 면에서는 돈이 잘 나가는 산재형이라고 합니다. 저처럼 바람이라도 들어올까봐 손가락 다섯개를 일자로 꼭 붙이는 사람은 착실한 성격으로 조심성이 있지만 소심하고 신경질적인 면도 있다. 무슨 일을 하든 미리 확인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식의 신중파라고 합니다. 융통성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완전한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 단점이니 그것을 고치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지지 못했고, 평생 부모에게 의지하고 산 아버지를 둔 덕분에 그 아버지의 자식인 저는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망정 남에게 피해를 주고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그만하면 성공한 인생 아닐까요?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소리만 안 들어도 열심히 사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주 명리학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도 관상보다는 심상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입니다. 좋지 않는 손금, 남보다 못한 사주, 관상을 가졌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인생,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산다면 어떤 좋은 사주 손금, 타고난 관상을 가진 사람 못지 않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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