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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ㅣ 생각하는 숲 8
사노 요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TV에서 모 요구르트 선전이 시선을 끈 적이 있었다. 공주는 외롭다는 노래로 인기를 얻고 있던 모 탈렌트가 출연한 광고였는데 요구르트 한 개가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자 그 맛있는 요구르트를 포기할 수 없어서 전기톱으로 싱크대를 잘라내고 요구르트를 꺼내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준 광고이다. 난 이 광고가 무지무지 맘에 안들어서 그 회사에 항의까지 했었다. 싱크대를 잘라서까지 그 야구르트를 손에 넣은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망가진 싱크대 버리려면 시간과 돈 들지, 새 싱크대 사다 달아야지 그 시간과 비용의 손해는 어찌 할 것이냐는 말이다. 좀 차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긴 막대기나 파리채같은 것을 이용해서 살살 꺼내면 안되나? 긴 막대기끝에 스카치 테이프를 뒤집어 붙이면 요구르트가 착 달라붙을텐데... 양면 테이프를 이용할 수도 있고... 요구르트는 금방 썩는 음식도 아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차근차근 일을 해결해 나가야지 당장 급한 마음에, 욱하는 성질대로 하자면 세상살이 고달프지 않을까? 요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가지려고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하는 급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전이었다. 난 그 선전을 본 후로 사람이 순리를 따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며 "미쳤군, 미쳤어, 이렇게 생각이 짧을 수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다. 나무에서 열매를 딸 때를 제외하고는 늘 "어디 두고보자"는 말과 함께 나무를 못마땅해하는 나무의 주인.... 결국은 나무를 베어버릴 줄 알았다. 그리곤 한없는 후회를 하고... 그러더니 나무 그루터기에서 나오는 새싹을 보고는 행복해하고 감사해한다. 애초에 그 나무를 베어버리지 않았더라면 더 크고 훌륭한 나무를 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아마 이 책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좋게 생각하면 된다. 나무의 주인은 그런 훌륭한 나무를 가질 위인이 못 되었기에 그 나무를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자기가 키운 어린 나무가 자기만의 나무일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힘든 일, 속상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내 잘못도 아니고 남의 잘못인데 내가 함께 고통을 받아야 하고 벌을 받아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욱하는 성질대로 한다면 감옥을 밥먹듯이 드나드는 수 밖에는 없을 터.... 좀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천천히 세상을 사는 지혜와 우직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책이다. 백만번이나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가 쓴 책인데 이 양반이 이런 인생살이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좋은 느낌이 드는 동화책을 많이 쓰실 모양이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