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에 52송이 꽃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서 꽃의 전설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막상 읽어보니 52송이 꽃 하나 하나를 주제로 한 동시들이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자주 보는 꽃도 있고 우리가 잘 모르는 꽃을 주제로 한 동시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꽃에 대한 기억이 더 확실하게 남을 것 같다. 꽃 사전이라도 갖다 놓고 일일이 사진을 대조해보면서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복수동에 살고 있는데 복수초에 대한 시도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이 책에 실린 복수초 시를 읽어보면 너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되어 있어서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눈 속에 피어서 안쓰러워서 그런다고 나와 있는데 이름과도 연관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 보니 서양에서는 복수초를 크논이라고 부르는데 크논이라는 아름다운 여신이 아버지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자 아버지가 홧김에 딸을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아도니스라는 신이 멧돼지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고 죽을 때 그 피가 땅으로 스며들어 진분홍의 꽃이 되었해서 아도니스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날에서는 복수초라고 부르는 꽃을 서양 사람들은 신들의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니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복수동으로 처음 이사왔을 때 서울 사는 지인들이 "이경규의 복수혈전이냐 왠 복수동이냐고"고 놀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을 사람들이 놀리니까 짜증이 나서 복수동 사무소에 찾아가서 복수동의 한자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복 복자에 지킬 수자"라고 말해주며 복수동 동사무소에 일한 지 몇 년 되었지만 그동안 복수동의 한자 뜻을 물어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희한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는 복수동의 의미를 알고 있지 않는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생각하는 기준이 다른 모양이다. (갑자기 옛 생각이 나네...) 좌우당간 52송이 꽃을 주제로 한 동시들이니 읽어보시면 재미도 있고 상식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