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적에 흥얼거리던 가락중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라는 것이 있다. 이 책은 그 가락을 연상시킨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인데 사면이 바다인 제주이다 보니 자연과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끼와 까마귀, 거미가 가락 속의 주인공이 되었는가 보다. 깔끔하고 예쁜 그림과 함께 책장을 넘기는 동안 그리 큰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까마귀를 타고 바다 위로 올라가 보니 해녀들이 보인다. 다음 장에는 해녀가 물 속에서 무언가를 따는 모습이 나온다. 근데 이 그림에 눈길이 박힌다. 물고기마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다니고 있는데 해녀만 혼자다. 엄마와 함께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 엄마를 쫓아 엄마가 일하는 바닷속까지 함께 들어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나타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여기서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음...어쩌누...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는데... 아이도 그걸 아는지 다음 장에서 말한다. 바다는 깊고 깊은 것은 엄마의 마음이라고... 맨 마지막 장의 그림도 참 정겹다. 어스름이 지는 저녁, 노랗고 따스한 불이 켜있는 방, 빨랫줄에 걸어 놓은 엄마의 옷, 아이와 엄마의 신 두 켤레...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가 있어도 어렵고 무서운 아버지를 가진 아이들은 엄마와의 밀착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노는 아이의 쓸쓸함이 담뿍 느껴지는 그림이랑 글이 참 좋다. 내가 가서 함께 놀아주고 싶다. 근데 권윤덕님이 토끼 귀를 독특하게 그려 놓으신 까닭은 뭘까? 끝이 뾰족하고 둥근 토끼의 귀가 마음에 안 드셨나? 아이의 앞머리처럼 토끼의 귀도 일자로 잘려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