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이 어디 가니 - 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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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청 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지랭이 가물가물하는 시골 들녘의 작은 풀꽃들처럼 작고 예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피카소나 에릭칼의 작품과 나란히 놓고 보면 더 예쁘고 우리 것 같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봄이나 가을에 화전을 부칠 때면 찹쌀 반죽을 동글 납작하게 부치며 그 위에 꽃잎을 얹는다. 꽃잎을 놓고 잎파리도 하나씩 얹어야 하는데 예쁘게 붙이기 위해 엄청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성급한 아이도 레고 블럭을 조립할 때보다 더 조심스러워진다. 마치 화전에 꽃잎을 오려 놓을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은 핸드폰과 차 덕분에 시골 논이나 하우스에 앉아서도 짜장면을 시키 먹고 통닭, 피자를 시켜 먹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이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정말 먹고 살 보장만 확실하다면 이렇게 살아도 자식 잘 키우고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렇게 곱디곱게 잘디잘게 그림을 그려주신 이태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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