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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지 ㅣ 내친구 작은거인 5
권영상 지음, 김은주 그림 / 국민서관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집에 나와 있는 여러 시들 중 내 마음에 와 닿는 시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시집은 내게 좋은 시집일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시들 중 두 편이 교과서에 실렸다는 설명이 책의 겉표지를 넘기면 써 있다. '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나'와 '들풀'이라고 하는데 나는 두 편에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바퀴에 밟힌 들풀이 푸득푸득 구겨지 잎을 편다는 다른 시인의 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 "느껴지지"않는다. 오히려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셀 수 있지만 아버지의 손바닥에 그어진 그 많은 손금들, 아버지의 눈 속에 들어있는 그 많은 생각들은 다 세지 못한다고 말하는 시가 더 좋다. 손바닥에 잔금이 많은 사람은 고생이 많은 사람이라던데... 시인의 아버지도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나도 잔금이 엄청 많아서 힘들게 사나 본데... 이 책에 나와 있는 많은 시들을 잘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인의 머릿말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너는 닭에게 주려고 메뚜기를 잡지만 자는 내 동생 먹이려고 잡는다'는 오리라는 어린 친구의 말이 내 기억에 자리 잡는다. 앞으로 결혼식 피로연 참석차 부페에 가면 권영상님의 오리라는 친구가 생각날 것 같다. (요즘 왠만한 부페에는 메뚜기 볶음이 있더라구요) 오리씨! 어디서든지 잘 살고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