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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TV동화 행복한 세상 4 - 올드맨의 우정
박인식 엮음 / 샘터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은 5학년인 딸아이가 2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추석때 쯤 출산 휴가를 가시는 바람에 2학기에는 임시 담임 선생님이 오셨다. 임시 담임 선생님이 오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학교에서 뮤지컬 단체 관람을 가게 되었다. 입장료와 전세 버스 이용료를 합해 약 7,000원 정도의 비용의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우리 아이의 반에는 학교 근처에 있는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말썽꾸러기였다. 내가 볼 때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는데 나쁜 마음으로 보면 도벽이 큰 문제가 되는 아이였다. 나는 고아원에서 뮤지컬 관람료를 내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내가 내주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직 그 아이는 돈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임시 선생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싶어 우리 딸아이에게 엄마가 그 아이 입장료를 내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딸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가 그 아이 돈을 내주면 자기가 안 가겠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께 살짝 드리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래도 애들이 내가 선생님 준 거 다 알 거고, 그런 나쁜 애를 왜 돈을 내주냐며 엉엉 우는 것이었다. 아이에게는 말을 하지 말고 선생님과 직접 통화를 할 것을 잘못했다 싶기는 했지만 내 자식 울리면서 남의 자식 도와주기는 좀 무리겠다 싶어서 내 생각을 접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본 순간 내 딸이에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손에 잡은 책이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두번째 이야기가 내 딸아이에게 해당이 될 듯 하다. 입장료 6천원이 부담스러워서 공룡구경을 못 가는 아이의 이야기, 아이를 위해 전시장 바깥이라도 돌아보려고 마음 먹은 어머니.... 나는 딸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는 했지만 책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도 않고 내 느낌을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저도 5학년이나 되었고 성당에서 복사를 서고 싶어하는 아이이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고 없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하겠지 싶어서 말이다. 만일 내 딸아이가 이 책을 읽었는데도 다음에 또 엄마가 다른 아이를 도와주겠다고 할 때 반대를 한다면 꿀밤을 열 대는 때려주어야 겠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읽은 다음 그 즉시 바로 마음에 느끼고 가슴에 새길 수는 없다, 그러나 살면서 저희들도 보고 느끼는 게 있기에 분명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로 자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