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돌아 가시고 일년 뒤 시어머님께서 길 닦는 굿을 하신다고 하셨다. 아버님이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굿이라고 하셔서 시댁으로 갔었다. 무속인 세 분이 오셔서 밤에 있을 굿 준비를 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영험한 무당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의 정성은 대단하는 생각을 했었다. 예쁘고 원색인 얇은 종이를 오리고 오려서 온갖 화려한 무늬의 가진 종이 장식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그들의 정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과정이지만 굿을 준비하는 그 분들의 손끝, 눈매는 열성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굿이 끝난 후 우리의 소박한 굿 문화, 서낭당 문화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 보면 해신당, 해랑당에 모셔진 남신, 여신의 그림이 나오는데 어릴 적에는 이런 그림이나 절 문 앞의 사천왕상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그림들이 사랑스럽고 소박한 우리 어머니들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을 뒤에는 아무리 작은 돌무더기라도 다른 사람들이 쌓아 놓을 것을 보면 아이들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주의를 준다. 전국에 있는 여러 성황당들의 전경도 볼 수 있고 굿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