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시간을 아세요? 베틀북 그림책 49
안느 에르보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베틀북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파란 시간....

불을 켜기엔 아직 환하고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기엔 조금 어두운 시간, 읽던 책을 그대로 펼쳐 놓은 채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는 시간...

이야기의 처음 부분에 나와 있는 글을 보며 나도 파란 시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저녁 준비를 끝내놓고 아이들 숙제를 끝내 놓고 하루를 마감하기 시작하는 시간... 김미숙씨가 진행하는 클래식 음악 방송을 듣는 시간... 왠지 착해지고 순해지는 시간...

어찌 생각해 보면 하루를 마감하고 쉴 준비를 하는 시간이기에 더 착하고 순한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시간에는 손님이 오는 것도 별로 반갑지 않다. 죽음을 미리 알고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이런 비슷한 마음은 아닐까? 낮의 강렬함, 밤의 차가움이 가진 극과 극의 성격이 아니라 아름다움 새벽 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흰 장미 한 송이를 꺽어 조심스럽게 책 사이에 끼워 넣는 마음...  요즘같이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사는 시대에는 파란 시간같은 사람이 길게 살아남을 지도 모르겠다. 태양의 강렬함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사람은 진작에 숙청(?)당할지도 모른다. 길죽질죽한 그림들, 차갑게 느껴지는 색감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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