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나 동시집을 볼 때 실려 있는 여러 편의 시에 다 공감을 하고 아름답다고 느끼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 그 중 한 두편이라도 내 마음에 와 닿으면 마음에 드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동시들도 나름대로의 큰 의미가 있지만 나는 도둑과 아빠라는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도둑이 들었으나 아무것도 잃어버린 것이 없어서 운 아버지... 정말 도둑이 가져갈 것이 없을 정도로 내가 불쌍하게 살았나 싶은 생각부터 한심한 생각까지 마음이 답답하고 서글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풀타임 마더인 나는 남편보다 먼저 집을 나서는 일이 거의 없지만 어쩌다 급한 일이 있어서 남편보다 먼저 일을 보러 나갔다 왔더니 남편이 현관문을 잠그지도 않고 나갔을 때 좀 서글펐다. 일단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당황해서, '도둑이라도 들면 어쩌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생각해보니 책이나 훔쳐 가면 돈이 될까 집에 있는 가전제품이라고 해야 다 오래된 것들이라 무겁기만 할테니... 통장이나 패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가져갈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편 다행이지만 한편 좀 서글프기도 했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시가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노랫말도 그렇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