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립도서관 입구에 인내(Patience)와 불굴(不屈, Fortitude)이라는 이름의 두 마리 사자 상이 서 있다. 그 이름은 이탈리아계의 한 법률가에게서 유래한다.

춥고 배고팠던 대공황 시절의 어느 날, 굶주리는 어린 손녀들에게 먹일 빵 몇 개를 훔친 할머니 한 분이 뉴욕시 즉결법정에 소환됐다. 할머니의 사정이 워낙 딱한지라 관용을 베풀 수도 있으련만, 판사는 매정하게도 벌금 10달러를 선고했다. 그러고는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가난한 할머니가 손녀에게 먹일 빵을 훔쳐야만 하는 이 비정한 도시의 시민들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그동안 배불리 먹어온 제가 벌금 10달러를 내겠습니다. 방청인 여러분도 각자 50센트씩의 벌금을 내십시오.” 판사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 모자에 넣은 다음 방청석으로 모자를 돌렸다. 법정에 앉았다가 난데없이 억울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방청인들은 항의는커녕 웃음 가득한 얼굴로 다투듯 모자에 돈을 넣었다.

판사는 그렇게 모인 돈 57달러50센트 중에서 벌금 10달러를 뺀 47달러50센트를 할머니의 손에 쥐여주었다.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뉴욕시장을 세 차례나 역임한 피오렐로 라과디아(F. La Guardia)가 담당 판사를 대신해 임시로 즉결재판을 맡았던 때의 일화다.

라과디아 시장은 대공황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의 험난한 세월을 겪고 있던 뉴욕시민들에게 포퓰리즘의 인기 대신 ‘인내와 불굴’을 요구하면서 과감한 개혁조치를 단행해 나갔다. 훗날 평화를 되찾은 뉴욕시민들은 공립도서관 앞의 두 마리 사자 상에 인내와 불굴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 지은 공항을 라과디아 공항으로 명명(命名)했다.

지금도 뉴욕시민들은 키가 매우 작았던 라과디아의 이탈리아식 이름 피오렐로(Fiorello)를 떠올리며 ‘작은 꽃(Little Flower)’이라는 애칭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미국 민중사』를 쓴 하워드 진은 라과디아를 ‘20세기의 양심’이라고 불렀다. 
 

-하략- 

 

2010년 5월 3일 중앙시평, 이우근 님의 글 중 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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