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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땅콩 갈비 게으름이 욕심쟁이 봉식이 ㅣ 쑥쑥문고 33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엮음 / 우리교육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나오는 13편의 창작동화들은 어린이 문학이라는 잡지에 일년동안 실린 글 들중 좋은 것만 뽑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13편 모두 각각 다른 작가분들이 쓰신 글이라 개성이 있고 재미도 있지만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13편을 쫙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내 취향에 맞는 글은 빨리 읽어지고 그렇지 않은 것은 책장이 더디 넘어가니 말이다.
13편의 글 중 나는 외눈박이 암탉이라는 글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어미에게서 주인에게서 형제들에게서 버림받은 암탉이 무리를 떠나 살쾡이가 돌아다니는 집 근처 풀 숲에 살면서 자기 목숨을 보존하고 새끼까지 낳아서 데리고 당당하게 주인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감명받았다. 닭장 속에 넣어 둔 닭들은 도망도 못 가보고 살쾡이에게 잡혀 먹히는데 주인집 아이에게 얻어 맞고 가시가 박혀 한쪽 눈마저 멀어버린 외눈박이 암탉의 생존이 눈물겹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물건만 좋아하고 조금만 고장나도 버리고 멀쩡한 것인데도 질린다는 이유만으로 버리고 또 새것을 원하는 요즘 아이들이 '로봇 필통'에 나오는 돌이를 본받았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 권의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다 맘에 들고 교훈을 줄 수는 없더라도 나에게 감명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를 몇가지라도 만난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눈박이 암탉'에게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