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과 오른손 -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주강현 지음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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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부터 오른손을 쓰기 시작한 딸은 신경을 쓸 것이 없었는데 왼손으로 물건을 잡는 아들을 보면서 걱정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시어머님의 걱정은 대단했다. 시골 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아들이 왼손잡이라는 것을 아실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반골 기질이 있어서 남들 하는 대로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일단 내버려 두었는데, 운동장을 돌 때도 우리랑 반대로 돌고, 공을 차도 왼발로 차고, 반시계 방향보다는 시계 방향을 선호하는 아들을 보고는 기쁘기까지 했다. '너 용감한 녀석이구나' 싶어서 말이다. 왼손잡이 아들을 둔 덕분에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은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건다는 사실을 알았다. 왼손, 오른손 구별할 시간에 좀 더 인류 발전적이고 인간애적인 것에 신경을 썼다면 세상의 모든 불필요한 제약과 규제가 생기지 않았을텐데 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다수의 오른손잡이를 위해 왼손잡이가 희생을 당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것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좌우 대칭이 인간적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음줄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구불거리게 쓰는 것이 훨씬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다른 것을 싫어하고 흉보는 요즘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에는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원래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와 다른 것을 싫어했구나 싶어서 말이다. 결국 사람사는 세상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먹고 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나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이상 왼쪽이나 오른쪽이냐 좌익이냐 우익이냐 오른손은 깨끗하고 왼손은 더러운 손이라는 구별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제약과 규범에서 벗어나 진짜 지켜야 하는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 그것부터 아는 것이 훨씬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 역사, 민속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왼쪽과 오른쪽에 대해 이해를 하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고 왼손잡이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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