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칠십이신 친정고모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젊었을 적 멋있고 깍쟁이고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지고 아이들을 혼내고 부부싸움을 하던 씩씩한 고모의 모습은 어디가고, 이제는 너무 너무 낮은 톤의 점잖고 느릿느릿한 말을 듣고 있으면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 고모의 젊은 혈기는 다 어디가고 저렇게 편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실까 싶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고모 생각이 많이 났다. 백만번이나 태어났다 죽은 고양이, 이 고양이는 자기의 윤회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세상일에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고 무관심할 수 밖에... 그러다가 마침내 진정한 임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삶다운 삶을 누리게 해주었던 사랑하는 그녀가 떠나자 그는 더이상 윤회를 하지 않는 삶을 마감하게 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백만번이나 죽고 살았다는 말도 끔찍하고 고양이가 맞이하는 죽음을 구경하는 것이 좀 싫었지만 그의 진정한 사랑이 나이를 먹으며 할머니 고양이가 되었을 때 한층 부드럽게 야옹야옹 거린다는 구절을 읽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늙으신 고모 생각도 나고, 30대초반의 왕성한 혈기가 다소 누그러진 나의 모습도 생각나고, 나랑 닮은 고모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미래도 그려보았다. 한마리의 고양이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더 이상 윤회하지 않게된 고양이에게 축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