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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맛있어 ㅣ 어린이 들살림 1
도토리기획 엮음, 양상용 그림 / 보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좋은 경험을 책으로 대리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다행히 우리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고구마심기, 캐기 체험을 시켜주시고 기념으로 고구마 몇 개와 고구마 순을 집으로 보내주시기는 하지만 실제로 엄마인 내가 고구마 캐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감자는 캐봤는데... 아이들에게 우리 것의 소중함, 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어야 하는 엄마가 고구마밭조차 본 일이 없으니 우째 이런 일이... 나 역식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삶을 살고 있는가 싶다.
쪽 찢어진 눈의 순박한 얼굴을 한 사람들, 고구마를 고르는 할머니의 거무튀튀한 손과 얼굴이 너무 정겹다. 윗목에 헌 가마니를 깔고 거름흙을 가져다 고구마 싹을 피웠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냄새가 심하지는 않았을까.... 그만큼 고구마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뜻이겠지... 시장에서 고구마순을 사다 먹는 것도 큰 결심을 해야 하는 나, 바쁜데 앉아서 껍질 까기도 힘들고, 까고 나면 며칠 동안은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을 수 없이 까매지는 손끝때문에 여름에 몇 번 못 먹는 고구마 순... 그러나 엉키설키 끝도 없이 펼쳐진 고구마밭에서 그것을 일일이 길이에 맞게 잘라서 한단한단 묶어내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다. 내년에는 나부터 고구마 밭에 가서 고구마 캐는 자원봉사하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