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아 까치밥은 남겨 둬 - 자연을 닮은 짱뚱이의 열두 달 이야기 첫 번째 권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엄마들은 불쌍하다. 뭐든지 돈으로 공산품을 사서 써야 하는 세상에서 맞벌이를 해야하기 때문에 메주를 쑬 시간도 가마솥도 없어서 슈퍼에서 산 된장으로 아이들에게 찌게를 끓여먹이고, 그것도 아니면 고기집에서 고기 먹고 밥 먹을 때 나오는 된장찌개를 아이에게 먹어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된장찌깨를 먹는 아이를 둔 엄마는 다행이다. 냄새난다고 안 먹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요즘 엄마들은 또 불쌍하다. 누룽지를 남겨 두었다가 쌀과 함께 튀밥을 튀겨 먹을 솥도 없어서 전기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 그나마 밥 할 시간이 없으면 사 먹으니 요즘 엄마들은 너무 불쌍하다. 요즘 아빠들도 불쌍하다. 아이에게 썰매를 만들어 주며 대화할 시간이 없는 아빠도 불쌍하고, 아이와 함께 강에 나가 고기를 잡아줄 시간이 없으니 불쌍하다. 아이에게 풀피리 만들어 줄 시간은 커녕 개그콘서트 같이 볼 시간도 없으니 불쌍하다.

이 책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불쌍해졌다. 이런 추억 다 잊고 시간에 쫓겨 돈에 쫓겨 힘들게 살아가는 어른들이 너무 불쌍하다. 우리 어른들도 다시 아이로 돌려 주면 좋겠다. 옛날의 그 꼬마로 돌려주면 좋겠다.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엄마,아빠한테 떼 쓰고 울고 먹고 자고 놀기만 하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죽기 전에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 아이들에게는 한낱 옛날 이야기겠지만 나한테는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들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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