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 급하고 짜증냈던 마음이 수그러드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그림이라고나 할까? 거기다가 아무 욕심도 없는 것 같은 편안한 글이 좋다. 연필로 촘촘히 그린 자연의 모습,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꽉 찬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검은색,흰색,황색의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어느 화려한 외국의 책보다도 더 많은 안식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너구리의 지혜, 자연의 섭리를 따를 줄 아는 너구리의 모습이 보기 좋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 찾으면 숭늉 나오냐? 밥하고 물 끓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긴 겨울을 참고 지내야 봄이 온다는 교훈을 주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내 쉬었던 몸 속에 눈 녹은 맑은 물로 봄을 일깨워주는 너구리의 지혜가 정말 좋다. 권정생 선생님의 욕심없는 마음을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