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재미있는 생각이 떠 올랐다. 내가 황소 목소리를 내고 아이에게 생쥐를 맡으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6살인데 아직 한글을 모른다. 내가 생쥐가 말하는 부분을 읽어주고 그대로 하라고 했더니 쑥쓰러워 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답게,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답게 한국적이고 따뜻한 그림책이다. 정승각 선생님의 강연 때 이 책을 가지고 슬라이드 작업 하신 것을 보았는데 찰흙으로 소 모양을 빚고 외양간 모형을 직접 만들어 놓고 작업하신 것을 알았을때 무지 감동받았었다. 이 책은 그런 정승각 선생님의 노력으로 참으로 토속적이고 지푸라기처럼 꺼끌꺼끌하지만 순박한 오염되지 않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생쥐가 외양간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쥐구멍으로 나와 동생들에게 가는 그림은 달밤에 외양간의 쥐구멍, 눈 위에 난 쥐발자욱들이 너무 정답다. 하얀 달빛을 보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그림을 자주 만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