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정현씨의 아들아,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를 읽었다. 내용 자체가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나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알고 읽었다. 잃어버린 아들과 딸을 찾기 위해, 소식을 모르는 남편을 찾기 위해 어머니가 꿋꿋한 마음을 먹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일이 처음부터 어거지로 엉켰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서운하다.

어머니가 빚쟁이의 엉큼한 욕심을 피해 장소를 피한 것까지는 이해를 한다. 어머니도 사람이니까...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어머니는 절대 보름씩 자식을 떼어 놓고 멍하니 주는 밥만 얻어 먹고 살 수 없다. 엉큼한 빚쟁이를 피하려면 자식도 같이 데리고 피하는 것이 어머니의 본능이다. 어머니만 도망치면 남아있는 성숙한 딸은 빚쟁이의 손에서 안전한 것일까? 이 책에서는 어거지로 사건을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정신없이 울산까지 간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어떻게 울산에 있는 친구를 찾을 생각은 하면서 역장한테 사정을 해서라도 서울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모성이 위대한 것은 사실이다. 딸의 삐뚤어진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본인의 몸도 못가누고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어머니는 딸을 찾아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아버지를 찾아서 아버지 또한 울타리로 끌어들인다는 설정은 좋지만 내가 볼때 이 가정의 울타리를 세운 사람은 은수이다. 은수가 동생을 포기하지 않고 지켰기에 어머니가 은수를 찾아와 울타리를 만들 수 있었고 아버지까지 돌아오게 한 것이다.

이 책은 어머니라는 제목보다는 '고마운 딸아' 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우리나라 양반집에 침입해서 숨어있는 부녀자를 찾아내기 위해 집안 사람들을 다 죽이고 두 아들을 마당 가운데 앉혀 놓고 어머니가 빨리 나오기를 강요했지만 어머니가 나오지 않자 두 아들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 일본군이 떠나고 숨어 있다가 나온 어머니는 아들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집안에 욕되지 않기 위해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결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의 욕됨을 모면했지만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같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어머니의 본능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 책의 어머니보다는 은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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