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크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베르사이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름다운 정원의 구석 구석 숨어서 용변을 보거나 요강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누군가에게 향수 산업은 패스트가 창궐할 정도로 더럽던 유럽에서 냄새를 없애려고 청결에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냄새를 가릴 목적으로 향수를 만들고 향수 산업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난 척 하는 유럽사람들도 별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추리 소설 비슷한 것이 시드니 셀던을 연상하게도 하지만 굉장히 차분하고 꼼꼼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 우연하고 어의없게 그러나 교묘하게 죽는 것을 보면서 시드니 셀던을 연상했지만 주인공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죽인 것이 아니라 주인공도 모르게 벌을 받은 듯이 죽었으니 참 오묘하고 교묘하다.

좀머씨 이야기의 작가답게 철학적이면서 종교적이면서 문학적인 정말 좋은 내용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그르누이는 살아오면서 언제나 심지어 충족감이나 만족감 혹은 행복을 느껴본 몇 안 되는 순간에도 그는 언제나 숨을 들이쉬기보다는 차라리 내쉬는 편이었다. 삶을 시작할 때조차 희망에 가득 차 숨을 들이쉬기보다는 살인적인 비명을 내지른 인간적으로 불쌍한 사람이다.(본문 p156)

그르누이가 25명이나 되는 어린 소녀들을 죽이고 독특한 향기를 얻으려고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르누이가 잡초같은 인생을 살면서 편집증과 아집을 가지게 된 것은 그를 죽게 내버려둔 엄마와 그를 싫어한 사제나 보모로부터 시작된 외로움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불쌍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진정 원했던 것을 깨닫고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소설다운 소설이라 누구에게나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