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 늙지도 않아
이경자 지음 / 문이당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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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 이경자님의 책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 책을 고를 때도 그리 어렵지 않게 골랐다. 제목 자체도 은근한 맛이 있으니 말이다. 열정에 들뜬 사랑은 없어지고 지난 10년 세월을 살면서 이제는 남편에게 사랑과는 틀린 또다른 정을 느끼고 사니 제목이 더 친근감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본처이나 대를 잇지 못하는 필례, 어린 나이에 첩으로 들어왔다가 쫓겨 났으나 나이를 먹으며 남편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싶어 대를 이를 이을 아들을 낳아준 영실, 그리고 답답하고 이기적인 남편.... 어찌 필례는 남편에게 첩을 계속 들여 주었으며 그렇다고 되는 대로 모든 첩을 거느린 남편은 또 뭔가 말이다!

아이가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끈인 것은 틀림없으나 시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안 계신데 어찌 그리 자식에게 연연하며 살았는지 필례의 아둔함에 답답함을 어찌 할까...

이 책에서는 본처의 마음과 첩의 마음을 둘 다 보여주고 있어서 두 여인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난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가 법이나마 일부일처제를 인정하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놈의 아들이 뭔지....

요즘 젊은 엄마들도 아들에 대한 욕심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다는 기사를 본 생각이 나며 남의 집 며느리 노릇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지, 우리 어머니 세대, 그리고 30대인 내 세대까지 여자들에게 족쇄처럼 채워진 며느리 노릇과 의무에 대항할 수 없는 나의 한계에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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