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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 돌이 되어 죽어가는 시인의 노래
박진식 지음 / 시대의창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10년 전 처음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가장 큰 걱정은 '기형아를 낳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걱정은 '아기 낳다가 죽는 사람도 많다는데...'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난 죽지 않고 두 아이를 건강하게 낳았고, 요즘은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보다 공부하라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아이들과 언성을 높이며 매일 싸우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참 이기적이었다. 기형아를 낳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불편한 몸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에 대한 우려이기에 앞서 '그런 아이를 사람들 앞에 어떻게 데리고 나설까? 버릴 수도 없으니 어떻게 키울까?' 하는 내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난 이 책처럼 투병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으면 그들의 고통보다도 부모의 속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 아파한다. 박진식님의 고통은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까지 처한 처참하기까지한 상황이다. 몸 밖으로 튀어 나온 뼈를 긁어 내야하는, 피가 날 때까지 악착같이 긁어내는 본인의 고통이야 말하나마나이지만 그런 자식을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대책없이 바라보아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가질 않는다.
내가 두 아이를 키워보니 똑똑하고 잘난 자식보다는 모자라고 느리고 마음이 여러서 맨날 우는 자식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만약 내게 기형아아니라 어떤 악조건에 처해 있는 자식이 있다면 그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고 남한테 신세지지 않기 위해서 더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았을 것이다. 자식 가진 에미는 죽을 래야 죽을 수도 없는 거라고 누가 말하던데... 자식 걱정에 마음 편히 죽을 수도 없다는 얘기겠지...
작년 언젠가 TV의 모 프로그램에서 박진식님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몸이 돌같이 굳어지는 병에 걸렸다는 것은 그 때도 알았지만 루게릭병처럼 몸을 쓰지 못하는 병인 줄만 알았지 이런 희귀병이 있는지 처음 알았고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박진식님의 모습과 그 어머님의 모습이 떠 오르며 지금도 평안한 날들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돌아가셨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을 내어주신 출판사 편집장님의 말씀대로 이 책이 많이 팔려서 박진식님 부모님에게도 도움이 되고, 박진식님이 매일 매일 기쁜 날들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