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공주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5
안너마리 반 해링언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모 신문의 새책 코너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볼 수 있었다. 책의 색상이 산뜻하고 새 책이어서 기분도 좋았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공주의 행동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도 8살 난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공주가 집을 나가서 자신보다 신분이 미천한 서커스단원과 결혼을 하고 하늘의 별을 보며 잠이 들 때, 속상하기까지 했다. '고생을 사서 하다니...' 그리고는 그 책을 사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청소를 할 때도, 설겆이를 할 때도 문득 긴머리 공주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언제나 왕인 '아버지의 꽃'으로 머리를 돌돌 말아 놓은 가운데 앉아있어야 했던 공주는 자기의 무거운 머리를 들어 준 서커스 단원과 도망을 침으로써 자기 자신을 찾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가 도망을 치지 않았더라면 평생 그 무거운 머리 가방을 들고 다녔을 것이고자신의 힘으로는 머리조차 감지 못했을 것이다. 공주는 머리를 자름으로써 자신을 속박했던 굴레를 벗은 것이니 그야말로 인간승리가 아니겠는가!

비록 부모 마음에는 들지 않는 상대와 결혼을 했지만, 오히려 그는 공주의 아픔을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부모의 시선으로 공주를 보았을 때는 공주의 처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 여자로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말로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에 당당히 항의하고 욕을 먹은 이 땅의 여성으로서 긴머리 공주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내 딸도 엄마의 속박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여성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어린이보다도 부모들이 읽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긴머리공주처럼 가둬놓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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