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양지마을의 농사꾼 박기도 씨네 암소 때문에 운명의 수레바퀴에 걸리게 된 백양나무 곁가지... 산전수전 다 겪더니 드디어 자리를 잡네요. 뿌리를 박게 되었어요. 참 신기하네요.

결말을 해피앤딩으로 끝내시려고 했을 것 같아요. 왜냐 하면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故 최진실씨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요, 162페이지에 나온 글 때문이예요. 백양나무 곁가지 = 똥친 막대기가 지난 일을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데요,

"그동안 나를 태우고 지향 없이 흘러가던 물결이 나를  또 다른 봇도랑의 개흙 위에 일으켜 세운 것입니다.

어미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후,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땅을 딛고 똑바로 서 본 적이 없습니다.  <중략>

나는 비로소 홍수에 떠내려 오면서도 살아야 한다는 내 꿈을 접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침착하게 내 운명의 속살 안으로 가만히 손을 내민 행운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방 어디를 작업을 훼방놓을 천적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나는 필경 외로울 테지요.

그러나 외로움을 사르며 자라나는 나무는 튼튼합니다. 외로움을 갉아먹고 자라난 나무의 뿌리는 더욱 땅속 깊이 뻗어 나갑니다. 혼자서 자란 나무의 그늘은 가지와 잎이 많아 더욱 시원하지요. 그런 나무의 밑동은 여러 마리의 소를 붙잡아 맨다 하여도 쓰러지지 않는 힘과 담력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사랑하는 어미나무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간단없이 몰아치

는 여름의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견뎌 냈습니다. 겨울의 칼바람에 잎이 찢어지고 가지가 휘어지는 담금질에도 어미 나무는 꿋꿋하게 견뎌 왔습니다. 모진 시련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은 있지만, 결코 잠든 적은 업없지요. 그런 중에 누구에게도 엄살 피운 적 없이 의연했습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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