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자 월스트리스 저널에는 한국의 사립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추첨을 하는 한국식 입학 과정을 소개하면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이 신문은 로또식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교육계를 포함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 속담에 바탕을 둔 평등 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도 지적했답니다.

인기 있는 사립초등학교에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추첨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한국식 사고 방식으로는'가장 공정한 방법일 수도 있답니다.

그러나 미국에선 공립도 아닌 사립학교가 학생 선발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고 나아가 학교 입학을 '운'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 기사를 보니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다녔는데 그 때 당시 수업료가 왠만한 고등학교 수업료와 맞먹던 시절이니 그 시절에도 사립초등학교의 인기는 대단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추첨을 하는 날입니다. 할머니와 함께 학교 강당에 가서 소위 '뺑뺑이'를 돌리고 할머니가 공 하나를 집었는데 저는 떨어졌지요. 할머니가 어찌나 안타까워 하시던지...

강당 안에 엄청 많았던 사람들, 어른들은 추첨을 하거나 말거나 강당 밖에서 옹기종기 모여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근데요, 막상 추첨을 다 했는데 모집 인원에서 두 명이 모자랐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추첨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는? 네, 당첨이었습니다. ^^

그 날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할머니의 의기양양했던 모습도 떠오르구요 ,제가 비싼 과자를 사달라고 했어도 기분 좋다고 선뜻 사주셨던 기억이 남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저도 엄마가 되었습니다. 대전에도 좋은 사립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뒷바라지할 자신이 없어서 공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받았던 그 고마운 사랑과 정성을 생각하면 제 아이들도 사립학교에 보내주어야겠지만 저는 능력이 안되더라구요.

근데요, 사립학교, 공립학교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아이 스스로 자율성, 적극성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부모도 비싼 학비 대주느라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이 아니라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의 날개가 제대로 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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