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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남편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자고 바람을 넣어 심란했을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센터에 다니느라 매주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노선의 버스를 탔었다. 퇴근 시간이었기에 버스에 사람이 많았었는데 자주 보게 되는 분들이 있었다. 필리핀 사람처럼 보이는 젊은 노동자들이었는데 서너 명이 일행이 이루어 버스에 타곤 했다. 처음에는 낯선 외모때문에 눈길을 끌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이 분들이 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인용 의자에 자리가 나면 앉기도 하지만 둘이 앉는 의자에 자리가 나면 자기 앞이라도 절대 앉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이미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한국 사람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런 모양이었는데 피곤할텐데 자리에도 못 앉고 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 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외국에 나가면 이런 시선을 받을텐데 어쩔까...' 싶었다. 그 사람들도 여행 온 사람들인지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인지 알텐데 나도 캐나다에 가서 버스를 타면 옆자리의 백인이 싫어하면 어쩌나, 눈치 보느라 합석을 하지도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언제부터 안 먹으면 될까 등등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심란했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가 떠올랐다. 원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네델란드나 영국에 있는 땅덩어리를 옮겨 온 것도 아니고 이름그대로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일텐데 누가 그 나라의 원래 주인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차별을 하고, 학대를 하는지, 정말 누가 그런 권한을 주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인디언들의 땅을 맘대로 차지하고 인디언을 학살하고 보호구역을 내 몬 백인들이니 흑인들에게 어떤 차별을 했을지 이 책의 내용을 뛰어넘어 상상이 가능하다.
과학의 힘, 돈의 힘이 백인 우월주의를 심어준 것일까? 무엇을 기준으로, 누구를 기준으로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 선진문명이고 미개 문명인지를 구분하는 것인지 인간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아름다은 땅에 살았지만 장벽들이 가득한 땅이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억울함, 슬픔, 부조리가 느껴지는 책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했던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제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지구인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