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예슬씨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환상의 커플> 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이미 대본이 나와 있기 때문에 슬슬 결말을 향해가고 있는 이 드라마가 저를 울립니다.
사실 저는 제 말투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공부도 좀 잘하고 더 똑똑했더라면 아나운서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배운 것이 부족하고 사람이 덜 떨어지다보니 목소리와 말투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특히 충청도 사람들은 제 말투를 더 싫어하더군요. 시댁 식구들이 제 말투를 좋아하지 않아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입을 꾹 다물고 살던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안면이 있는 의사 선생님에게는 아이의 증상을 종이에 써 가지고 간 적도 있습니다. 번호를 매겨서...^^

그래요, 이게 저의 문제입니다. 똑 떨어지는 말투, 남을 가르치는 것 같은 말투, 톤이 높은 따지는 듯한 목소리... ^^;; 번호를 매겨서라도 정확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려는 욕심까지 말입니다. 가끔은 제 자신의 말투가 싫어서 고쳐보려고 했지만 충청도 사투리를 배우는 것도 쉽지는 않았고 의도적으로 되는 일도 아니더군요.

근데, 한예슬씨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삶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나처럼 말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서 말입니다. 물론 극중 안나 조의 남편은 안나 조의 성격이나 말투도 싫어하지만 철수와 철수의 주변 사람들은 극중 나상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도브 콤플렉스라는 말이 실제로 있다는 것은 사람 관계에서 피해 의식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성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런 한예슬씨가 지난 주에는 저를 울렸습니다. "어머니도 자장면을 좋아하지만 자장면이 싫다고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라는 말을 합니다. 철수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 나상실이 철수네 집을 떠나려고 결심하면서 한 말이지요.

그래요, 아이들 앞에서 엄마는 닭다리도 맘대로 못 먹고, 치킨 깍두기 한 알도 맘대로 먹지 못할 &#46468;가 있습니다. 나도 먹고 싶지만 내가 먹으면 아이들이 먹을게 부족하니까 참는 것이지요. 어머니도 자장면을 좋아하지만 싫다고 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 대부분 어머니들의 속마음 아닐까요? 물론 경제적 능력이 충분해서 넉넉해서 사 놓고 먹는 사람들이라면 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안나 조의 싸가지 없는 말투만 보면 안나 조의 성격까지 의심해 볼 수 있지만 드라마를 통해 드러나는 안나 조의 모습은 슬퍼하는 모습, 외로워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엄마, 아빠의 죽음, 할머니의 죽음 이후에 혼자 살아오면서 남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안나 조의 숨은 아픔이 엿보이지요. 가시 돋친 장미처럼 표정과 말투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지만 속은 한없이 나약한 안나 조를 보며 한예슬이라는 배우를 다시 평가해 보게 됩니다. 이 작품 전에는 한예슬 그녀를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배우가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찾으면 기대치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맙게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저요 이 드라마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끝까지 내 모습을 잃지 않기로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지금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속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지만 때가 되면 나를 알아주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진 달란트를 맘껏 펼쳐 보일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믿고 열심히 살기로 했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았던 불쌍한 안나 조에게도 나상실 그 자체로도 사랑을 해주고 염려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생겼잖아요. "자장면을 좋아하지만 싫다고 할 때가 있다"는 그 말. 나상실의 그 말이 나를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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