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이라는 말은 얼마나 촉촉하고 아름다운지...시라는 것이 그렇다. 몇 마디 짧고 수줍은 언어들이 곱게 짜여져 한가득 감동으로 내 가슴에 밀고 들어온다. 안도현의 시는 참 무난하다. 너무 유명해서 그런가, 서정적이라서 그런가는 잘 모르겠다. 이 무난하다는 뜻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수월하게 다가가는 시라는 것이다. 현대시가 점차 어려워져서 독자들과 멀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시집은 그 무난함 만큼의 미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끔 이 시인은 독자들에게 가는 길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저 무수한 감동들이 다 계산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그렇다. 이 모든 따뜻함이 계산된 것이든 아니든, 이 갑갑한 세상에 잠시 숨구멍을 트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사람 사는 냄새, 풀냄새가 나는 시에서는 무르익은 시심이 느껴지며, 간결하고 단순한 짧은 시편에서는 그대로 수묵화의 묵향이 번져 나온다. 아마도 시인으로써 살아온 삶의 경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