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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패왕별희에서...샬로와 데이, 그리고 쥬산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로를 욕하고 멸시하는 장면이 있다. 샬로가 자신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일본군의 동성애를 상대했던 데이(장국영)를 모욕하는 장면에서...데이의 표정이 떠오른다. 믿을 수 없다는, 인간에 대한 모든 불신감이 데이의 얼굴에 나타나고...서로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바로 그 장면은 문화대혁명에서 아버지를 부정해야만 했던 첸카이거 감독의 아픈 체험이 담겨 있다. 베드로는 예수를 세번 부정했다. 절대로 부정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자신의 주를 배반한 것이다. 그런 부조리한 삶의 역정이 패왕별희에서...또 '사람아, 아 사람아'라는 작품에서 드러난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이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손유에와 호 젠후는 그 혁명이란 적어도 인간을 위한 것, 인간적이어야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들은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고 있다. 호 젠후의 사상을 존경하면서도 그에게 평생의 역작의 출판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당원 손 유에. 그 둘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한 번도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젊은 시절, 손유에에게 이미 오래된 연인이 있었고... 그 관계를 깨뜨린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개인의 당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손유에는 잘못된 결혼을 하고...호 젠후는 방랑자의 삶을 살게 된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인물의 사랑과... 사상은,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빛이 난다. 썩은 물처럼 고여 있는 공산당원들과 낡은 체제에 얽매인 사회에서 늘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손유에는 내부에서....호젠후는 외부에서 끊임없이 주위 인물들에게 자극을 준다. 소설에 나타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되면 그들 각자에게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손유에, 호젠후, 시왕 등은 외부의 압력에 굴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에 급급한 다른 인물과는 달리, 진정한 인민의 위치를 세우려는 뜨거운 애국심이 있다. 손유에의 남편이나 시류, 첸 유리와 같은 인물들은 권력을 잡고난 후에 타락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지위에 연연하고, 자기합리화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한 요구들을 거부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서로를 무너뜨려야 했던 문화대혁명의 자기비판 속에서, 그들은 그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실제로 남은 것은 허울과...껍데기 뿐이었다. 분노와 아픔...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 손유에와 호젠후는 아름답다. 그리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은 아름답다. 그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혁명이 인간을 위한 것임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붉은 색이 길조를 상징한다. 붉고 아름다운 꽃은 어쩌면 사람들의 상처들 속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그 속에는 삶의 모든 고통들이 함축되어 있다. 패왕별희에서 서로에 대한 비판이 끝난 광장에서 쥬산이 데이(장국영)에게 옷을 덮어 준다. 하지만, 데이는 그 옷을 떨어뜨리고 고독하게 그 자리를 떠난다. 서로를 이해하고....믿는다는 것은...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으면...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