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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제국 -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
로버트 D. 매닝 지음, 강남규 옮김 / 참솔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신용 사회라는 말은 아름다운 덫이다. 달콤한 꽃과 꿀로 곤충을 유혹해서 잡아 먹는 식인식물처럼 말이다. 내가 신용 카드를 사용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 시간과 돈을 좀먹는 신용 카드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를 느꼈다. 실제로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먼저 탄탄한 신용으로 물건을 사고, 다른 여러 가지 혜택도 받으면서, 그 다음달에 결제만 해주면 만사 ok다. 하지만, 이 모든 개인의 소비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나라 또한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개인 컴퓨터를 가지고...핸드폰을 가지며...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일인지도 모르지만...전세계적으로 보면, 이렇게 소비를 장려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제적 기반이 허술하게 보인다. 컴퓨터나 핸드폰보다, 신용 카드의 폐해는 엄청나다. 한순간에...파산 위기까지 가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내내 흑자만 기록하던 신용 카드 회사는 드디어...채무자들에게 회수받지 못한 자금 때문에 적자로 돌아 섰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문제들이 돌출되는 것인가? 로버트 매닝이 쓴 '신용카드 제국'은 이미 신용카드가 일반화 되어 있는 미국의 예를 우리에게 사실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빚을 지는 것은 개인의 부주의나 게으름, 능력 부족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로버트 매닝은 그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국가적 틀 속에서의 문제점들을 찾아낸다.
국민들의 부채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 국가의 부채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가는 신용카드 회사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지 않는가? 그리고 카드라는 것이 현대판 고리대금업이라는 점을 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가? 이때까지의 삶 속에서 경험으로 알듯이, 기업과 정부가 우리편이었던 적은 없다. 국가는 개인, 그리고 사회를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매닝은 수많은 실례를 들어서 신용 카드 회사의 집요한 공략과 이를 묵인하는 정부...그리고 그 수많은 빚을 떠안는 개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돈을 벌지도 못하는 학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카드 회사들은 그 학생들의 남은 삶 중의 일부를 이미 탐욕스럽게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빚 때문에 가족들이 떠나고 버림받은 가장, 또는 부모님에게 카드빚을 졌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고민끝에 자살하는 자녀들...
카드를 노리는 수많은 범죄들...또한 카드빚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채무자들...사회는 점점 '신용 사회'라고 불리는 지옥으로 변해간다.
소비 심리는 인간의 무한한 욕구와 그 뿌리를 함께 하고 있다. 욕망은 잘 다스리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믿어서는 안된다. 진실로 그 속을 들여다 보았을 때...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 알아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소비 심리, 욕망 때문에 건전한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소비를 방관했으면서도, 무조건 개인들을 법이나, 규범으로 소외시키는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책을 읽고, 단순히 신용 카드 때문에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만 읽을 것이 아니라, 현대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그리고 신용 카드 사회라는 허구의 환상이 어떻게 몰락해 갔는지 미리 예측해가며 자신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