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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11월
평점 :
품절
좋은 만화는 많기도 하지만...너무 적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 좋은 만화를 찾기는...사실 좀 어렵다. 만화를 보는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그래도 주된 대상은 모두 초중생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 어린 독자들이 어른이 되면...일본 만화에 빠져 버릴 수 밖에 없고, 그들의 그림체에 익숙해지고, 사고방식에 젖어들 수 밖에 없다.
박희정님의 만화는...연령과 상관없이 빠져들 수 있는 만화이다. 그리고 소재나 에피소드...그리고 그림...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만큼 충실한 작품이다. 인물 설정이나 구도가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박희정님이 다작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듯 느껴진다. 물론, 배경이 외국이라는 면이 매우 아쉽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막 한 구석 마을에 있는 호텔 아프리카라는 배경과 그에 맞는 분위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만화들도...거의 외국인이나..외국이 배경이었음을 생각하면 회의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엘비스라는 흑백 혼혈 아이가..성장하는 이야기, 또 시골처녀인 엘비스의 엄마가 도시로 나와, 가수 지망생인 아버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에게 매년 사랑해라는 단 한마디만 적어서 보내는 문맹인 남자, 그 둘이 노년을 맞을 때까지 계속도는 사랑...등등...감동적인 에피소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기에는 인종의 차별도, 지식의 유무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이 만화의 장점은, 점차 파편화되는 가족의 모습들이 아니라, 그 가족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가의 힘이다. 흩어진 가족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힘...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보다 더 서로를 사랑할수 있게 만드는 힘...그 것이 인간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임을, 호텔 아프리카의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체와 인간적인 관계들, 삶의 철학적인 면모들....사랑...등 이 만화에서 찾을 수 있는 매력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5권으로 완결이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